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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Giverny
Homepage   http://everever.net/utopia
Subject   # 6
"네? 어째서 에쎄조를 넣는 거죠?"
뱅은 깜짝놀라 물었다.

노인은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지금 자네가 만들려고 하는 약이 어떤 거지?"

"제가 내뱉은 말을 없던 것으로 만드는 약입니다."

"그래, 근데 지금 2001년산 라포레를 넣어서 어쩌겠단 말인가?
추억이란 이미 지나간 것이라네. 추억은 무언가 돌이키는데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거기 있는 거야. 그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네. 자네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더라면, 자네가
후회하고 있는 그 말들을 하지 않았더라면 자네와 그 아가씨
사이의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줬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자네는 안 좋은 부분들을 무효화시키려 하고 있어.
그러니가 자네에게 필요한 건 에쎄조야. 자네는 언젠가 그녀와
마실 수 있게 되리라 믿었던 에쎄조를 이미 마셨어. 미안하지만
나와 함께 말일세. 자네가 에쎄조를 마신 순간 자네는 아마
깨달았을 걸세. 왜 그녀가 에쎄조를 자네와 함께 마시지 않았는지
말이야. 자네는 그 아가씨가 에쎄조에 대해 설명하며 말한
그런 사람이었나? 그 아가씨에게 그런 존재가 되려고 노력했었나?
자네가 그런 사람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아가씨는 에쎄조를
자네와 함께 마시지 않은 거야. 그리고 방금 전 나와 함께 마시며
자네는 그걸 알았을 걸세. 에쎄조란 와인은 조금 비싸긴 해도
구하기 어려운 술은 아니야. 원한다면 언제든 마실 수 있단 말일세.
하지만 그 아가씨가 그것에 의미를 부여함으로 인해 자네에게는
그것이 중요한 것이 되었지. 그래,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할 줄은
알았으면서 중요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생각은 대체 왜 못했던건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모자란 놈이었군요."

"지금이라도 알면 됐네. 물론 알았다고 돌이킬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이 에쎄조는 자네가 그 아가씨에게 했던 나쁜 말들과 엉켜있는
예쁘고 좋은 말들을 사라지게 할 걸게. 정확하게 말하면 그 둘을
띄워놓는 역할을 하는 거고 그 과정에서 부작용은 피할 수 없겠지만."

"네, 그건 이미 각오한 부분이니까요. 그런데 2001년산 라 포레는
왜 꺼내오라고 하셨던 거죠?"

"자네에게 마시게 해주고 싶었다네. 자네가 그 아가씨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자네가 잃어버린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해주고 싶었어.
그리고 무언가를 함께 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도 말이야."

노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2001년산 라포레를 솥에 콸콸 붓기 시작했다.
뱅은 깜짝 놀라 외쳤다.

"잠깐만요. 그건 라포레입니다! 에쎄조를 넣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사실은 별로 상관없다네 그런 건. 그냥 잔소리를 할 핑계거리가
필요했을 뿐이지. 언젠가 꼭 그 아가씨와 에쎄조를 마실 수 있기를
바라네. 라 포레보다는 훨씬 좋은 술이기도 하고, 소중한 사람과
와인을 마시는 기분이 어떤 건지는 나도 잘 알고 있거든."
* Giverny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0-02-0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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