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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Giverny
Homepage   http://everever.net/utopia
Subject   # 3
작업실은 지하에 있었다. 그곳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가 가득히
들어있는 비커들과 약초 말린 것들이 곳곳에 있었다. 다소 퀴퀴한
냄새가 났지만 거북스러운 정도는 아니었다. 채광은 벽 위쪽에
살짝 나 있는 창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어 있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근데 자네 이름은 뭔가?"

"아, 아직 제가 제 이름도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됐어. 그냥 뱅이라고 하지."

"네? 뱅이요?"

"그래, 프랑스어로 와인이란 뜻이야. 혹시 다음에 올 일이 있다면
와인을 사오란 의미기도 하고. 하지만 다음에 올 일이 없는 편이
좋을 것 같군."

노인은 알 수 없는 말을 혼자 내뱉더니 구석에 있던 커다란 솥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남자는 뱅이란 말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다만
노인의 발음이 별로였기 때문에 알아듣지 못했을 뿐이었지만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다.

"그래, 사진은 갖고 있는가?"

"네? 누구 사진 말씀이십니까?"

"자네가 내뱉은 말을 잊어야 하는 사람의 사진 말일세."

"네, 그거라면 항상 지갑에 넣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 잘 됐군. 그걸 이리 주게."

"네? 그건 좀 곤란합니다. 한 장밖에 없거든요."

"뭔가를 간절히 원한다는 건 다른 소중한 무언가를 내주어야 한다는
의미일세. 자네에게 소중한 것을 내줄수록 약의 효과는 더 좋아질거야.
그리고 이 약은 복용자에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상이 있기
때문에 그 대상의 사진이 꼭 필요하다네. 알겠으면 이리 주게나."

뱅은 머뭇거리다가 노인에게 사진을 건넸다.
사진 속의 여자는 눈썹이 짙은 귀여운 상이었는데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무척 즐거웠던 순간에 찍은 사진임에 분명했다.

"눈부시군."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뻤는데
어떻게 그렇게 그 웃음을 놓은 것인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미쳤었나 봐요."

"아니, 자네 마음 말일세. 물론 사진 속의 이 아가씨는 얼굴도 예쁘고
웃는 모습이 참 아름답네만 그것보다도 이 아가씨를 이렇게 웃게
만들고 이렇게 예쁜 순간을 찍어낸 자네의 마음을 말하는 거네.
대체 왜 그 마음을 잃게 되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다시
찾을 수 있다면 부디 소중히 여기게."

"네, 지금 그런 마음입니다."

노인은 솥에 물을 한바가지 붓고는 그 위에 사진을 띄우고는 휘휘 저었다.
사진이 물 아래로 천천히 가라앉았다.

"자, 저기 냉장고에 가서 오렌지 쥬스를 가져오게나."

"네? 그런 것도 넣습니까?"

"그럼, 기왕 먹을 건데 맛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 네. 알겠습니다."

"가는 김에 콜라도 가져오게나."

"쥬스랑 콜라랑 섞으면 별로 맛있을 것 같지 않은데요?"

"그건 내가 마실 거야."
* Giverny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0-02-0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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