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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우리들은 자란다

작년 1월, 프랑스에서 한 달 동안 키가 컸다.
매일 볶음밥에 스파게티만 해먹으면 클 수 있는 걸까?
다들 무척 신기해 했더랬다. 나도 참 신기했다.
그런데 차지연이 더 큰 거 같댄다.
군대 밥을 열심히 먹어서 그런 건가.
내 생각에도 조금 큰 것 같다.
프랑스에서 다녀온 직후 전에 커 보였던 사람들이 안 커보였던 것처럼
요즘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아, 근데 큰 게 아니면 어쩐다지.

그렇지만 키가 아니라도 나는 크고 있다. 자라고 있다.
오랜만에 달려 본 원명 초등학교 운동장.
입대를 앞두고 열심히 뛰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언 여덟 달이 지났다.
그때는 네 바퀴만 뛰어도 너무나 힘들었는데 지금은 열다섯 바퀴를
뛰고도 그때만큼 지치지 않는다. 살이 다시 조금 쪄버린 요즘이 아니라
20kg 군장을 메고 산 하나를 훌쩍 넘던 훈련 때였더라면 서른 바퀴도
훌쩍 넘겼을 것 같다.

운동장 한 켠에 어떤 부부가 아이 둘을 데리고 자전거 연습을 시킨다.
작은 아이는 네발자전거를 타고 톨톨 거리며 앞으로 가는데
큰 아이는 이제 두발자전거를 배우나 보다.
보아하니 겁이 많아 페달을 밟고 앞으로 갈 엄두를 못 내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겁많고 소심한 나는 어떻게 자전거를 배웠던 걸까?
분명 아버지가 가르쳐주셨을텐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가끔 어이없다 싶을 정도로 예전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어쨌거나 나는 두 손 놓고는 못 타고, 예전에 한 번 날아간 적이 있긴해도
그럭저럭 자전거를 탈 줄 안다. 주머니 속 MP3 트랙을 넘기며
자전거를 탈 정도의 실력은 된다.
아까 그 아이는 결국 두발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될까?
그래, 오늘이든 내일이든 언젠가는 눈 딱 감고 페달을 앞으로 밟는
순간이 있을테고 아이는 그때 깨달을 거다.
페달을 밟으면 넘어지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걸,
앞으로 나아가야지만 넘어지지 않을 거란 걸.
아이가 앞으로 나아갈 때까지 그 모습을 바라보고팠지만
나는 그냥 계속 달렸다. 오랜만에 달리니까 좋았다.
내가 이렇게 잘 달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기뻤다.

키가 커도, 자전거를 잘 타게 되어도, 아무리 달려도 숨이 안 차도
그렇게 계속 자라도 나는 충분히 행복할테지만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 그래야만 한다.
충분히 자라지 못했다 해도 그건 단지 어쩔 수 없는 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더이상 자라기를 그친다면...아니 부디 그렇지 않기를.

나는 자라고 있다. 그래 너 또한 그렇고.
그렇게 우리들은 자란다.

까뗌	저도 자라게 해주세요=_= 5센티 정도 더 자라면 만족할 것 같아요		2008/05/24
Giverny	너도 매년 0.0000001mm 씩 자라고 있어. 나도 3cm만 더 크면 좋겠다...흑		2008/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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