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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긴 긴 잠

아직까지는 감당할 만하다.

단지 내게 일이 떠넘겨졌기 때문에 내가 대신해 욕을 먹어도,

사람 우습게 만드는 것을 참고 넘어가 주는 일이 반복 되어도,

누군가를 도우려다 실수로 사고를 치게 되었어도...

그럼에도 나는 지난 며칠 간 너무나 갑작스러울 정도로

내가 다시 나아가고 있음을 느끼고(물론 예전의 그럭저럭 괜찮은

인간이었던 나로 돌아가기에도 아직 한참 남았겠지만...)

다시 살아가고 사랑하는 일에 몰두할 여유가 있음을 느낀다.

관계에는 어쩔 수 없이 주도권이란 것이 생겨난다.

나는 관계에 있어 언제나 주도권을 내주는 쪽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본의 아니게 주도권을 잡게 될 때면

어찌해야 할 지를 모르겠고 왠지 모르게 불편하다.

주도권을 가진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권력을 행사하고 제멋대로 굴기 시작한다.

주도권이란 개념없이 순수하게 아름다운 관계 그 자체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는 그때도 주도권은 제멋대로 생겨나 누군가 그것을 행하게 만든다.

인간은 대체 왜 이렇게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서조차 역겨운 걸까.

연휴가 지나면 왠지 또 터무니 없어질 거 같기도 하다.

지난 한 주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악운을 몰고 다녔고

오늘만도 수습하지 못하고 지나간 일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도 그래도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

아직은 질리지 않았고 아직은 지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다시 살아숨쉬는 것의 의미를 분명히 느끼고 있다.

조금 버거운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적어내려가는 헛소리들이 살짝 부끄럽고 싫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는 담담히 증언할 공간이 여전히 필요하다.

내일은 2주만에 푹 잘 수 있는 날.

모든 일이 심각하게 느껴졌던 건 잠이 부족했기 때문이라 믿고 싶다.

돈이 많으면 생각이 없고 잠이 적으면 여유가 없는 법.

긴 긴 잠을 잘테다.

나는 다음 주부터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생각도 하고 그리고 그리고

살아갈테다.

길고 긴 잠을 잘 거니까.

Bismark

This piece was a lifejacket that saved me from droiwnng.

201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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