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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talk to the moon

자려다 짜증이 확 밀려와 다시 일어나 버린 것도 꽤나 오랜만.

생각해보니 내가 하라고 한 것중 한 것은 단 하나도 없지 않은가.

뭔가 오래도록 농락당한 기분이다...

학교에 있을 때는 나름 똑똑한 축에 속했던 거 같은데

밖에 나와 있으면 자꾸 바보가 된다.

실제로 밖에 나오는 순간 멍청이가 되거나 우리 학교 애들의

판단 기준이 이상하거나 혹은 수준에 문제가 있거나

바깥의 기준이 이상하거나 ...그 중 하나겠지.

뭐, 전부 다일 수도 있겠다. 아무렴 어떠랴...는 아니지만은

이건 뭔가 이상한 거 같다.

인터넷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선동하는 사람들,

투표도 안 하고(나름의 이유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대체 그 나름의 이유는 왜 그리도 듣기 짜증나는 건지)

진지한 시민인 척 하는 사람들, 한가지 시선 밖에 지니지 못하는 인간들

그리고 수많은 광신도들..그들보다 내가 조금이라도 나은 인간이라는

뻔뻔한 말은 할 생각이 없다. 나도 타인의 각도에서 보면 이 저주받은

민주주의의 얼치기 유권자로 평가받게 될 것임은 잘 알고 있다.

그래, 모두 다 자기 기준에서는 훌륭한 시민이겠지.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몰래 건네 준 면죄부는

누군가의 속마음에서도 그렇게 언제나 값싸게 팔려나가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나는 조금이라도 나아질테다.

20대 초반에 쓰던 글과 같은 글 밖에 쓰지 못하고

그때보다도 못한 머리와 인내심과 도덕성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나 자신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결코 그것을 피해가지는 않으리라.

순간 분노하고 나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비겁한 인간일지언정

영원히 나의 논리 안에 갇혀 사는 그런 인간은 되지 않으리라.

나는 나의 부족함을 알고 나의 비겁함을 알고 나의 게으름을 안다.

그리고 나의 이중성도 알고 있고 부끄러움도 알고 있다.

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 어째서 그 정도 밖에 나아지지

못하였느냐고 물으면 나는 할 말이 없다.

나는 원래 너무나 부족한 인간이었기에 지금 이 모습도 너무나 많이

노력한 것이라느니 나의 삶이 나를 망쳤다느니 하는 같잖은 합리화는

이제 하지 않겠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싶다. 조금이라도 나아가고 싶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선택하고 후회하고 실수하고 두려워하지만

삶은 원래 그런 것, 그리고 내가 하나의 제대로 된 존재이기 위해선

언제나 겪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감정과 순간들 아니었던가.

그럼에도...여전히 아쉬움을 떨쳐낼 수 없다.

약간은 억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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