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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I'm sorry

나한테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로 생각되지 않는다.
일단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한다고 광우병 환자가 생길 것 같지도 않고,
그것보다 훨씬 심각하고 위협적인 문제들이 충분히 많다고 생각한다.
광우병 환자가 생길 확률보다는 최근 어느 일간지 사설란에 나온 것처럼
유전자 변형 식물의 수입과 그 식물을 사료로 쓴 동물의 수입이 훨씬 더 큰 문제 같다.
그리고 실제로 수입 감기약 같은 것에서 발생하게 될 문제 쪽이 훨씬 더 확률적으로는 큰 것 같다.

(그다지 정체성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어쨌거나) 공무원의 신분으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비~잉 에둘러 말하자면 나로서는 지금의
소고기 광풍은 새 정부 초기의 독단적 모습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이지 그다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모습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말도 안 된다는)결론을 정해놓고
그에 대한 어떠한 반박논리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것이 대체 어떻게
논리적인 것일까. 국민들의 생각이나 반응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방식은 소고기 수입이라는 사안을 매개로 공격받고 있고
그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매개에만 집착하고
있고 본질에 대한 담론은 다루고 있지 않다.
그리고 툭 하면 하는 촛불집회는 제발 사라져줬으면 좋겠다.

결국 지금 인터넷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심각할 정도로 우호를 보이던 바로 그 사람들이고 언제나 같은 논리체계를
통해 생각하고 행동한다. 물론 그와는 상관없는 수많은 사람들 또한
현재의 사태에 분개하고 있고 그 분개가 이해는 되지만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이렇게 나라 전체를 들썩일 문제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나는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누구에게는 우호적인
글을 올리고 누구에게는 언제나 비판적이었던 언제나의 그들이
모든 사태를 이번에 효과적으로 끌어낸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정부는 이런 사태에 정말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대처를
하면서 사태를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실 이번
정부의 대처는 노무현 정부의 대처방식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지만
약자로 가장했던 노무현 정부와는 달리 지금의 정부는 누가 봐도
강자의 입장이기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먼저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국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면 이런 사태까지 왔을 지 의문이다.
나도 이번 사태로 정부에 너무나 실망했고 화가 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는 중립적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소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고
내가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그냥 비웃어 줄 것이다.
차라리 타이레놀을 먹으면서 부작용을 걱정하는 편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내게 더 걱정스럽고 가슴이 아프고 화나는 건
미얀마 싸이클론 쪽이다. 군인이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가서
구호활동이라도 하고 싶다. 구호활동조차 막는 미얀마의 군부에
분노하고 순식간에 사라져 간 수만의 생명과 그 순간을 어렵게 버텨냈음에도
더 큰 고통과 마주한 수십만의 미얀마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하고 싶다.
나는 오늘도 수돗물을 마구 쓰고 컴퓨터를 한참 켜둬서 전기를 낭비하고
필요이상으로 많이 먹으며 빈둥거렸는데 그들은 내가 생각없이 보낸
그 시간동안 또 얼마나 괴로웠을까.
지금 내게 희망없음과 그들에게 희망없음의 무게 차이는 얼마나 큰가...
슬프고 아프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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