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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크리스마스

무신론자에게 종교 축일을 강요하는 이 나라는
확실히 뭔가 집단 광기에 휩싸여 있다.
물론 내가 무신론자라고 아무리 부르짖어 보아봤자
아까 주원이가 한 말처럼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크리스마스는 단지 애인이 있느냐 없느냐의 확실한 척도일
뿐인 것이다. 내가 무신론자가 아니라 신이라 해도
애인이 없으면 소외된 자이자 패배자임에는 변함 없다.

오늘 결국 변덕을 부려 집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 절대쌍교 1-35권을 읽으며 멍하니 있었지만
지난 6년을 돌아보며 깨달은 것도 있다.

생각해보면 대학에 들어와 맞은 지난 다섯 번의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맞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번 한 번쯤 그냥 넘어간다고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화이트데이 따위의 날은 무시하고자 해놓고도
결국 남들 눈을 생각하여 결국은 챙겼던 나,
크리스마스라고 거리 가득한 사람들이 너무너무 싫어
나가기 싫으면서도 억지로 뭔가 공연을 챙기곤 했던 나
뿐만 아니라 그런 것들에 무덤덤하게 어물쩡 넘어가도
모두 이해해줄 사람을 바라고 있던 나
를 떠올리며 잠시 기분이 좋았다는 것이다.

그래, 어찌되었건 나는 지난 다섯 번의 크리스마스를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보냈고,
올해는 집에서 빈둥댔지만 결코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내 옆에 누가 있든 없든 조용히 보내고 싶다.
그걸로 족한 것 같다.

All u need for christmas is good food!!

201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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