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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전망 좋은 방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어른이라 믿는다.
정말 그런 사람들도 드물게 있고,
그렇게 잘 꾸며내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가 보통 어른이라 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것에 무관심해지거나, 충분히 이기적이 되거나
스스로 끝없이 착각해야만 한다.

난 단 한 번도 스스로 어른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난 결코 어른이 되지 못했지만
나 자신이 어른이라 착각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믿는다.

포스터의 '전망 좋은 방'.
오랜만에 술술 읽힌 영문학 책이었다.
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논리 구조, 별로 세련되지 않은 플롯.
어찌 이 책을 도스토예프스키와 비교할 수 있을까.
남자 주인공 조지는 결혼 하고서도 결코 어른스럽지 않고
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조금도 공감가지 않는다.
이 치기어린 사랑에 공감하느니 차라리 스무살 풋내기들이
겪는 하룻밤 사랑이 더 공감이 간다(물론 경멸하는 바이지만).
인습에의 반항, 계급과 편견에의 반발심 또한 왠지 유치하게 느껴진다.

진실되게 사는 것도
진심으로 사는 것도
나 자신을 괴롭게 할 뿐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그런 치기어린 사랑도, 쉽게 누군가 만나는 것도
어려웠던 내 삶은 무얼 위한 것이었을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는
나를 포함한 몇몇 꽉 막힌 친구들 중
나를 제외하고는 결국 모두 유흥업소에 갔다며
나는 제발 아니길 빈댄다.

언제부턴가 언젠가는 가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보단
나는 대체 무얼 위해 그토록 거부하고 있는 건지 생각하는 것이 더 두렵다.
난 나의 욕망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의심받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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