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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에서 세대로 전달되는 것은 개체 그 자체가 아니라 유전자다.
생명의 진화방식이나 性의 함의는 더 나은 개체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유전자가 더 많이 더 오래 생존하게 하는 데 있다.
물론 그런 시각으로 삶을 바라본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신 진화생물학의 연구와 이론은 꽤나 설득력 있으며
우리 자신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등한시 하는 것은 이성을 가진
생명체로서 직무유기다.
유전자의 다양성과 적응력이 요구되는 것은 유전자가 맞서 싸우는 것이
다른 개체의 유전자가 아니라 세균이나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의학의 발전은 그런 논의를 무의미하게 만들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진화생물학의 논리에 충실히
따르자면, 특히 맷 리들리의 유머 넘치는 표현에 따르자면
여자는 하나의 생명을 위해 아홉 달을 바쳐야 하지만 남자는
고작 5분, 맷 리들리의 말에 의하면 과장해서 5분의 시간만
투자하면 된다.
단순히 유전자의 전파와 다양성만 따진다면 수많은 여자들과
동침하는 남성들만큼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개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성행위가 실제 임신으로
이어지느냐와 더불어 여성이 임신했을 때 그 아이를 제대로
키울 것이냐의 문제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제대로 키운다는 것은 단순히 아이를 성인 개체로
길러내는 것 뿐만이 아니라 다시 유전자를 번식시킬 수 있는
종족 사이에서 매력적인 개체로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 인류 문명에서 유전자를 퍼뜨릴 수 있는
매력적인 존재란 어떤 존재일까. 물론 외모와 재력을 겸비한
사람이다. 혹은 명예나 육체적 매력일 수도 있겠다.
여기서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유전자의 전달의 효과적 방식은
극단적인 두 가지 경우로 요약될 수 있다.
무조건 많은 번식을 시도하는 것과 질 좋은 유전자와의 결합을
통해 유전자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것 두 가지다.
이 글에서 다루는 것은 지극히 평범하다고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경우다.
세계 인구의 삼분의 일 이상이 기아 문제를 겪고 있고
다섯 중 하나는 전쟁의 위협 하에 생명이 담보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따위는 가볍게 잊어준 채 굶어죽는 아이한테보다
2001년 9월 11일 갑작스럽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게 훨씬
공감했던 부끄러운 나 자신과 동일한 시각에서 바라볼 때
일.반.적.인. 인류문명의 수혜자들에 대한 판단이다.
다시 말해서 생존의 위협 따위는 겪지 않고, 무사히 종족 번식의
기회를 갖는 나이까지 생존할 가능성이 충분히 높으며
따라서 자신의 유전자가 후세에 전달될 가능성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따윈 하지 않아도 되는 한가한 우리들에 대한
논의다.
각설하고, 다시 논점으로 돌아가보자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극단적 경우는 유전자를 퍼뜨릴 기회를 무조건 많이 갖거나
훌륭한 유전자와 결합하여 거기서 생산된 개체가 다시 더 훌륭한
방식으로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두 가지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일반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 표현을 쓰며 죄책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
우리가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다른 세계에 대해,
다른 인간에 대해 눈과 귀를 막고 평안한 우리 삶을 누리는 데
바쁘기 때문임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물론 알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생존의 위협이 없기 때문에 유전자의
전달 그 자체에만 집중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요컨대 진화적 관점에서 본다면 가장 현명한 사람은
여성 중에서는 돈 많고 잘생긴 남자와 결혼한 사람이고
남성 중에서는 많은 여성과 동침한 사람이다.
여태까지 남성 관점에서 글을 썼기 때문에 여성에 대해 부가설명을
하자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여성은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아홉 달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회 자체가 적고, 기회가 많은
남성에게는 상대적으로 좋은 배우자에 대한 필요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여성이 좋은 배우자, 그러니까 매력과 재력 등에서
상대적 관점을 가지고 있는 배우자, 자신과 아이에 대한 양육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배우자(어디까지서 진화적 관점에서 말한다는
점을 양해해주길 바란다)를 찾기 때문에 남성이 유전자를 퍼뜨릴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매력과 재력, 책임감을 보여줘야만 한다.
근대 이전과 같이 왕이나 귀족에게 여성에 대한 독점권이 주어진
상황 하에서 일반적인 남성들에게는 그런 노력을 보여줄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폐쇄적인 신분제 하에서 개인의 노력으로 변화되는
점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다르다. 사회적인 의미에서 남녀의 성비는
균형점에 가까워졌다(물론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언제나
남자가 여자보다 많다). 그리고 매력과 재력을 겸비한 남성이
더 많은 유전자 전달(얼마나 가증스런 표현인지...)의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서는 변화가 없다.
이 지점에서 도덕적 문제를 완전히 배제하고 말한다면 가장
성공적인 개체란 훌륭한 유전자를 가졌으며 자신의 아이를
잘 양육해 주는 배우자를 완전히 속인 채 수많은 여성과 관계를
맺는 남성일 것이다.
남성의 성욕이나 바람기를 옹호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나는 아무런 결론이나 목적없이 첫 문장을 적었고
내가 지금 적고 있는 문장들은 내가 애초에 쓰려고 했던 무엇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지금 적고 있는 논리에 대해
나는 이성적으로 동의한다는 점이다.
나의 도덕적 지향점이나 가치관과 무관하게 말이다.
다시 각설하고, 위에 설명한 현대 사회의 특징을 고려하면 할수록
여전히 남성에게는 두 가지 극단적 선택만이 남는다
(불행히도 여성의 선택권은 여전히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 다른 생물과 달리 인간은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진화의 잔재가 직접적으로 관찰되지 않는 복잡한 사회를 만들어냈다.
유전자 전달의 소명은 성적 욕망과 지나치게 분리되어 성 자체가
하나의 문화를 구성하게 됐다.
그리고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경우 유전자 전달의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는 개체가 되는 것보다는 무난한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 문제, 다시 말하자면 성문화의 발달과 카사노바가 되는
것보다 현모양처를 얻는 것이 훨씬 더 쉽다는 두 가지 관점에 의해
남성들은 무난한 여성을 배우자로 택하게 되고 성적인 욕망은
(단란주점이나 룸살롱 같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해소하게 된다.
결론을 희미하게 하는 것을 걷어내고 다시 말하자면
남성에게는 언제나 더 많은 여성을 접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으나
그것이 실현불가능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비정상적
방식인데, 그 비정상적인 방식을 요구하게 하는 것은 성적 욕망
그 자체라기보다는 번식에 대한 의무감 때문이다.
훌륭한 배우자를 만날 능력이 있건 없건 간에 남성에게는
더 많은 여성과 접촉할 기회에 대한 욕망이 존재한다는 것이
진화생물학자들의 설명이다.
'의무감'이란 표현으로 다수 남성들의 비도덕적 행위에 면죄부를
줄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러나 비도덕적이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서술되는 것이
거부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픈 것은 사실 다른 사람들의 행태가 아니라
나 자신의 사고와 행동이다.
나는 정말로 '사랑'을 원하는가에 대해 나는 자동적으로 '그렇다'고
대답하며 수십 개의 글로 그것에 대해 설명하고자 시도했지만
이성적으로 일반적 남성 중 하나인 나 자신에 대해 생각했을 때
결코 그렇게 자신할 수 없다.
나는 나 자신의 '욕망'을 인지하고 있으며 어쩌면 오히려
그 욕망을 억누르는 것이 '이성'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여태 길게 쓴 논리는 내게 내재된 '욕망'에 대한
일종의 합리화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욕망의 '실현'에 대해서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 자신에게는 아직까진 불가능한 일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나의 강력한 초자아는 아직까지는 모든
종류의 '비도적적' 행위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만든다).
그렇다면 내가 말하는 사랑이란 것은 본능에 반하는 이성적인 것이란
말이 된다.
물론 그 이성 또한 진화의 본능에 충실히 따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나의 유전자가 다수의 기회보다는 하나의 확실한 기회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 내가 이성적이라고 말하는 것도
뭔가 어폐가 있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논의의 차원을 고정시키지 않고 위아래로 오가다 보면
언제나처럼 말장난이 될 뿐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언제나 '감정적' 혹은 '감성적'이라 믿는
'사랑'이란 것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성적'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유전자에게 묻고 싶다.
내재된 본능에 반하여 살아가는 것이 과연 얼마나 현명한 판단이며
얼마나 이성적인 것인지, 내가 지금 유전자의 요구에 충실히
부응하고 잇는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는 건지,
대체 내가 하나의 개체로서 갖고 있는
권리가 얼만큼이며 의무는 얼만큼인지 말이다.
그래, 나는 이제 '사랑'을 이성적으로 논하기에 이르렀다.
사춘기 무렵부터 끝없이 생각했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나니 조금도 유쾌하지 않다.
나이를 먹은 것이거나 생각할 시간이 너무 많았던 탓일 것이다.
그리고 잡을 손이 있었다면 결코 썼을리 없을 글이란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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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