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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어른

나 자신을 잃지 않으려 바둥대는 사람은
자기 자신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보다 약하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 더 강한지도 모른다.

민박집 어떤 청년은 처음 나누는 대화부터 암스테르담 사창가에
가게된 경위, 콜롬비아 아가씨와 한 방을 쓰게 된 이야기,
영국에서 사귄 한국 아가씨와 잤는지 안 잤는지까지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한다.
물론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고, 하고 싶지도 않다.
그 친구는 그런 이야기들이 모르는 남자들 사이에 유대감을 준다고
생각했나보다. 어떤 의미에서는 아주 틀린 건 아니다.

그라나다 민박집 주인 형은 다큐멘터리 PD를 하다가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한 끝에 그라나다에서 민박집을 하며 글을 쓴단다.
'남자 이야기야'하고 말하는 형한테 어떤 글인지 더는 묻지 않았다.
아마 내가 좋아할만한 그런 이야기는 아닐 거 같아서.
그렇지만 그 사람이 참 멋져 보였고, 정말 형 같았다.
지금도 생각하면 울고 싶은 기분일 정도로 참 따뜻했다.
그렇게 살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저 사람은 어른이란 느낌.
"독하네"란 형의 한마디가 여태 가장 큰 위로가 됐다.
'네, 독하고 말고요 독해요. 저도 그런 독한 애 처음 봤어요.'라고
대답하고팠지만 그냥 씨익 웃으며 나아졌던 기분.

그래, 어른은 나처럼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처럼 쉽게 진심을 던지지도 않는다.
민박집 주인 형도, 여자 이야기만 줄창한 그 친구도 나보다 어른이다.
자신만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가고,
나처럼 누군가 내 방식을 싫어할까 굳이 걱정하지 않는다.
피곤하게 상대한테 맞춰갈 필요도 없고
그럼에도 그들은 덜 잃고, 더 갖게 된다.

오늘 하루종일 두 사람이 부럽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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