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278 　3/20

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잠이 오지 않는 밤

작년 한 해는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컸던 탓에,
내가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낸 탓에,
그리고 혼자인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길어진 탓에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참을 고민했더랬다.
그리고 올해는 내가 왜 살아가는지 고민하며 시작한다.
정초부터 우수 신입사원이 되어 동기들보다 연봉을 조금 더 받게
되었고, 그러기 위해서 액션러닝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막상 우수 신입사원 선발이 되자마자 한없는 허무감이 밀려든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순간 찾고자 했을 때는 찾아지지 않던
모든 감정들이 한 순간에 가슴 속에 쏟아지면서
대체 여태 내가 뭘 해온 건지 다시금 묻게 된다.
겨우 잊었던 장면들이 예전보다 더 아름답게 채색되어
심장을 먹먹하게 만든다.

요즘은 아름다운 것을 보면 그저 멍하니 바라본다.
갖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 따위 없이 그저 멍하니 바라본다.
그리고 마치 플라톤이 에로스는 추하다고 말한 것처럼
내 자신이 얼마나 추한지 생각한다.

가장 힘든 건 버텨낼 힘이 부족할 때가 아니라
더이상 버텨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 때다.
잠이 오지 않는 밤, 기억을 더듬어 본다.
더이상 그런 간절함 없이도 마음이 아플 수 있음을,
그때부터 줄곧 두려워하고 있음을,
겨우 잊었던 그 순간들을 그리워하고 있음을,
버텨낼 이유가 이제는 몇 남지 않았음을
고통스럽게 또 깨닫는다.

잠이 오지 않는다.

김아영

질문있어요

2020/02/26


250	후쿠오카 여행기	Giverny	2012/02/21	329

	잠이 오지 않는 밤 [1]	Giverny	2012/01/30	337

248	겨울의 아이	Giverny	2011/12/19	234

247	해치와 선녀	Giverny	2011/12/15	495

246	어느 휴일	Giverny	2011/12/11	551

245	이 길로 가세요	Giverny	2011/09/13	328

244	로맹 가리	Giverny	2011/07/18	344

243	오이디푸스의 재판 [5]	Giverny	2011/07/03	311

242	책, 백일몽 그리고.	Giverny	2011/05/30	305

241	선택	Giverny	2011/05/21	319

240	punch drunk	Giverny	2011/05/15	265

239	여전히 떨림	Giverny	2011/03/03	440

238	블랙 스완	Giverny	2011/03/03	413

237	작은 신들	Giverny	2011/02/15	320

[1][2] 3 [4][5][6][7][8][9][10]..[20]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