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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말

하루종일 머리 속에 있던 말들인데도 입 안 가득 차는 순간,
손가락 끝으로 첫 글자를 적어 내려가려는 순간 바스라지는 말들.

안다.
그 말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훨씬 더 큰 무게를 짊어져야만 하고
내가 훨씬 더 큰 상처를 기꺼이 품고 살아가야 하고
내가 훨씬 더 오래 참고 침묵해야 하며
내가 훨씬 더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누군가 한 사람이든, 눈 속에 얼어붙은 작은 풀 한포기든
이 세상 모든 생명이든...

얼마나 더 강해져야 하는 건지도 모르고
얼마나 더 약해져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술에 잔뜩 취했던 날들에는 비슷한 말들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같지만
마음껏 사랑했던 날들에는 비슷한 말들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같지만
이제 나는 취하지도 않고 사랑하지도 않는다.
이제 나는 취할 수도 없고 사랑할 수도 없다.

듣기 위해서는 먼저 침묵할 것.
빛을 보기 위해서는 먼저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갈 것.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글로 적을 수 없는 것을
알아버린 언젠가부터 혹은 알고 있다고 믿어버린 그 순간부터
의미없는 말이라도 떠들지 않으면 끄적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 공허를 채울 무언가가 없는 삶은 견딜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어차피 바스라질 말들이라면 하지 않아도 좋았을 것을.
꼭 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체온만큼의 존재감도 없는 말들,
그 흔한 눈물만큼의 의미도 없는 단어들의 조합.

어디서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말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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