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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화일 2 :	미분양_아파트와_보금자리_주택.hwp (20.5 KB) Download : 54

관계

언제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걸음을 옮겼다.
택시를 태워 보내면 택시가 더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하철을 태워보내면 계단 아래로 내려가 버릴 때나
전동차가 플랫폼을 완전히 떠날 떄까지.
여자친구와 헤어질 때든, 친구와 헤어질 때든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모습을 감추기 전 뒤를 돌아봐
눈을 마주치고 다시 한 번 인사를 하면 그때야 마음이 편했다.
그래야 제대로 헤어진 것 같았다.

지금은 더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지도 않는다.
마음을 더 쓰는만큼 상처가 될 뿐이란 것을 경험으로 배웠다.
그런 것이 상처가 될만큼 내가 속 좁은 사람이란 것도 알았다.
이젠 정말이지 그 사람이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그 사람이
나를 아끼는 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는 몇몇의 친구들의
모습만 마지막까지 지켜본다.
대부분 어김없이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인사하는 친구들.

나는 전화 끊는 소리가 싫다.
'띠딩'하는 그 차가운 소리가 왠지 내 마음까지 끊어놓는 것 같다.
내가 받고 싶은 것은 남을 위해 하고
내가 당하기 싫은 건 남에게 하지 않는 것이
내가 아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기에 나는 전화를 먼저 끊지 않는다.
내가 전화를 먼저 끊는 건 성룡이랑 통화하고 난 후 뿐이다.
내가 안 끊으면 성룡이도 끊지 않으니까.
"먼저 끊어요.", "아니에요 먼저 끊어요"
난 이런 대화가 좋다.
그런데 요즘엔 가끔 먼저 끊기도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아직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을 거라곤 생각못했다.
아주 오래 전 사소한 배려와 애정을 버리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훨씬 편해지는 것을 깨달았기에, 그냥 내멋대로
하는 편이 이상하게도 훨씬 좋은 결과로 이어짐을 알게 되었기에
진심어리지만 무익한 습관들을 버린 나는 더이상 상처같은 것은
받지 않을 줄 알았다.

헤어지고 나서 다시 뒤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 싫다.
전화를 그냥 틱 끊어버리는 사람이 싫다.
사실 애써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사실 가끔 일부러 전화를 먼저 끊는다.

내가 헤어질 때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내가 먼저 전화를 틱 끊어버린다고 투정하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할 누군가가
결코 전화를 먼저 끊고 싶지 않을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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