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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건조 중

깔때기에 감정을 천천히 흘려보내다 보면
내 마음은 온전히 돌아오고 앙금만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앙금을 싸고 있는 거름종이를 살짝 드러내
마치 처음부터 내것이 아니었던 양 버리면 될 줄 알았다.

네가 내게 했던 그 어떤 일에도 더이상 마음쓰지 않아,
하고 생각할 때도 종종 있지만 한 번더 깔때기 위로
감정을 부어내면 여전히 앙금이 한가득이다.

감정의 앙금은 마치 고름 같아서 거르고 거른다고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상처에서 끝없이 흐르고 또 흘러나온다.
만약 내가 모든 것을 걷어내는 순간이 온다면 그건
시간이 조금 더 흘러서, 지금처럼 현실 속에 온전히 숨어지내며
내 감정이 완전히 말라버리는 그때 온전히 남은 앙금만을
걷어낼 수 있는 그때일 것이다. 그리고 사실 조금씩 그렇게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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