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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missing Alice

아직도 루이스 캐롤이 앨리스를 사랑했던 마음을 생각하면
가슴 한 쪽이 아프다. 험버트 험버트가 롤리타에게 가졌던
마음을 생각해도 그렇지만.

영문학에 조금 관심있는 누군가가 이런 말을 듣는다면 필시 나를
어린 여자애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겠지만은
(사실 그런 말을 꽤 많이 들어봤던 듯 싶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롤리타'를 읽은 사람이라면
그런 말은 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대상이 누구든 간에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
더 정확히 말하면 원한다기 보다는 아끼는 마음을
가진 사람만큼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루이스 캐롤이 그 작은 꼬마 앨리스에게 품은 마음이
단지 편협한 성욕 같은 것이었다면 그는 결코 그런
이야기를 쓰지 못했으리라.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창조해 낸
험버트 험버트는 결코 어린 여자애와의 섹스를 원하는
중년 남자에 대한 경고로서의 존재는 아니었으리라.

나이트, 클럽에서 이뤄지는 우연한 만남이나
(사실 서로가 욕망을 갖고 만난 이상 그 사이에 우연이
개입했다고 말하는 것도 참 우스운 일이다)
단란주점, 룸살롱에서 이뤄지는 욕망의 해소보다는
루이스 캐롤이나 험버트 험버트의 간절함이 더 진실하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말초적인 욕망의 해소도 아니었고
오히려 삶 전체를 쏟아부어 간절히 얻고자 하던 무엇이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롤리타 컴플렉스'라는 말을 만들고
루이스 캐롤이 스무 살 이상이나 어렸던 꼬마 앨리스를
그토록이나 사랑했다는 말을 들으면 깜짝 놀란다.

아무도 그렇게 사랑하고 있지 않다.
아무도 그렇게 간절히 원하고 있지 않다.
그런 주제에, 알지도 못하면서
왜 다들 그렇게 쉽게 비난하고는 하는 것일까.

그냥 사람이 그리워서, 섹스를 원해서
쉽게 사랑하고, 쉽게 만나고 쉽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랑을 말한다.
루이스 캐롤과 험버트 험버트를 변태라 말한다.

묻고 싶다. 그 누가 그토록 간절하게 원해본 적 있느냐고.
묻고 싶다. 누가 더 순수하고 누가 더 진실되냐고.

물론 그럼에도 나는 그렇게 처절한 진심보다는
거짓섞인 행복 쪽을 택하고 싶다.
그것조차 내게는 너무도 어려운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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