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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 휴가 기간에 내 기분이 바닥이 되었다.
내가 감정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왜 휴가 때마다 이렇게 예정된 우울이 반복되는 지 내가
모른다고 부인할 생각도 없다.
내 주변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에 대한 절망
그리고 나 자신이 적당한 시차를 두고 그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사실에 대한 절망.
나는 이제 두 절망 사이에서 견딜 수가 없다.
나는 어색한 사이가 좋다.
어색한 사이에서는 서로에게 아무런 기대도 없다.
나의 마지막 두 번의 연애 상대처럼 상대에 대한
조심성을 쉽게 내다버리지도 않고,
나의 친구들처럼 타인의 욕구에 무관심하지도 않다.
내 머리 속의 당위성과 내 욕망 사이의 모순에서 오는 괴로움
따위를 누가 이해해달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연애하면서도 그런 것을 토로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슬프다.
관심이 없던 상대를 비난해야 할지 입을 다문 나를 비난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제 나는 나 자신에게 완전히 무관심하거나 아니면 진심으로
나의 당위성이나 욕구에 (혹은 그 사이에서 오는 괴리나 고통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과만 대화를 나누고 싶다.
다시 말하면 나와 아주 상관없는 사람 아니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
뭔가 이미 갖고 있는 사람은 그것을 원하는 타인의 욕구에 대해
아무런 공감도 갖지 못한다.
장기가 모두 멀쩡한 우리는 장기를 기증할 이유를 알지 못한다.
자신에게 신장이나 폐 혹은 각막이 절실히 필요해지면
최선을 다해 타인의 그것을 구하려 할 것이지만
자신에게 그 모든 것이 있는 한 타인이 그것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다.
내 친구 중 여럿은 언제나 내게 누군가 소개시켜달라고 말하면서
내가 같은 말을 하면 즉각적으로 '아는 여자애가 없어'라고 대답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굶어죽어가는 사람들이 수천만, 수억 명임에도
우리는 먹을 것이 풍족하기 때문에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우리 가족은 나무젓가락을 쓰지 못하게 하는 내 눈을 피해
음식을 시켜먹을 때마다 매번 나무젓가락을 사용한다.
(물론 나도 자주 불을 켜놓고 다니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나는 착한 사람이고 다른 사람은 아니라고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나는 손쉬운 이타주의적 행동방식이 보편화된 이기심에 의해
서로에게 용인되고 있다는 사실이 싫을 뿐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 자신이 그런 용인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 절망스러울 뿐이다.
내가 왜 이런 글을 써내려가고 있는지 분명 알고 있다.
내가 비난할 권리가 없을만큼 나를 소중히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내게는 없다.
적어도 내 요구가 정당하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나는 꾸준히 내가 요구하는 바를 밝혔고
내가 요구하는 것 그대로 타인에게 해왔다.
내가 그것을 받기를 원했기에 타인에게 그렇게 해왔음 또한 분명하다.
어쨌거나 나는 받은 바가 없고, 더이상은 기대하지 않는다.
나의 여러가지 욕망이 완전히 구현된 어느 장면을 종종 상상한다.
그 짧은 장면의 마지막은 언제나 내가 우는 것으로 끝난다.
다른 끝을 상상할 수가 없고, 그 이후의 것도 상상할 수 없다.
완벽한 공감. 영원히 오지 않을 순간.
나는 확실히 이상주의자인가 보다.
내가 원하는 최소한의 조건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그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다.
내게 도움이 될 일이 아니면 전화도 문자도 사양한다.
장난을 건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관계의 종언을 받아들이겠다.
지금부터 현실에서 이탈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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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