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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길

누가 까닭을 물어도 나는 이유를 모르기에 대답할 수 없다.

강물에 쓸려 동글동글하게 잘 익은 자갈도 아니고
못해도 주먹만한 돌덩이가 깨져나간 파편으로 가득한 길이라
걸으면 걸을수록 발이 고생이요, 때로는 나 자신도 내가
왜 이 길로 걷고 있나 의문이 들 정도다.

길이 수백 갈레인데 아무리 해도 걸음은 이 길로 옮아온다.
가끔 바닥에 주저앉아 고심을 해봐도 다른 길은 영 내키지를 않는다.
되려 바닥에 주저앉은 엉덩이만 시끈시끈하다.

그래도 나 더는 못가겠다 다시 또 주저앉아
다른 길로 걷는 사람들을 보며 입맛을 다셔본다.
오호라, 저 길은 편하구나.
저런 신을 신고 걸으면 몇날 며칠이라도 걷겠구나.
옮기는 걸음걸음 사뿐하기도 하다.

허나 나는 그래도 다른 길로는 못 가겠다.
게으른 건지 그저 고집이 센 것인지 곧죽어도 이 길로만 가야겠다.
누가 까닭을 물어도 나는 이유를 모르기에 대답할 수 없다.

티눈이 잡히고 발톱이 빠지고 발목도 접질린다.
수풀도 우거지고 깊은 개울도 나온다.
이러다 밤이 되면 호랭이라도 한 마리 나올라.

그래도 계속 가시겄소 묻거들랑 한숨만 한 번 크게 내쉬고 그냥 간다.
그토록 쉽지 않은 길인데 어찌 그 길만 고집하냐고 또 누군가 묻거들랑
길이 나쁜 게 아니라 내가 똑바로 걸을 줄을 모르는 거요 대답한다.
그토록 몸이 성치 못한데 왜 그리 고집을 부리냐 또 묻거들랑
내가 맞는 신을 찾지 못해 맨발로 걸어그렇소 하고 또 대답한다.

다른 길로 가는 순간 내 여태 걸어온 길이 헛되는데 어찌 다른 길을 택하겠나.
계속 걸었는데 그 길이 참으로 헛된 길이면 어쩌겠나 하고 마지막으로 묻거들랑
나는 대답않고 그냥 가던 길이나 가련다.
똑바로 걷지 못해도 가는 길이야 맞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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