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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칭찬

그러고 보면 나는 칭찬을 참 못 받고 살아온 것 같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방송에 나가 1등을 했을 때도,
시험을 잘 봐 전교 석차가 아주 잘 나왔을 때도,
(일단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대학에 입학했을 때도
칭찬받았던 기억은 없다.
게다가 내게 칭찬은 하나도 안 하면서 잔소리만 한다고 화를 냈던
마지막 여자친구조차도 막상 내게 칭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내 기억 속에서 '칭찬'이라고 기억되는 것이라고는
2002년 새터 때 모 후배가 술에 완전히 취해 '오빠 잘 생겼어요'라고 했던
진실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것 하나 밖에 없다.

어제 내 인생 최고의 칭찬을 두 번이나 들었다.
정재훈 하사가 내가 없는 줄 알고 했던 칭찬과
회식 2차 때 고성호 대위가 내게 '넌 너무 착해서 안 돼'
(물론 난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한 후 던졌던 내 인생 최고의 찬사.

내가 그런 말을 들어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민망했던 칭찬들.
여기에 적었다가는 다들 비웃을 거 같아 적기도 난감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도 기분이 너무 좋아졌던 그 칭찬.

내가 어제 들은 칭찬에 어울리는 사람인 것 같지는 않다.
만약 내게 그럴 자격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건 내가 진심으로
행동할 때 진심으로 받아주는 사람들이 옆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연애를 할 때도 단 한 번도 내 진심이 상대의 진심으로 돌아온
기억이 없는 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밀어붙인 진심이
너무나 고맙게도 그대로 돌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진심이면 언제나 상대방은 나를 쉬이 여기곤 했으나
부대에서는 그렇지 않다.
물론 그것이 내게 어느 정도의 권한과 지위가 있기 때문임 또한 알고 있다.

사실 그래서 조금은 두렵다.
앞으로 또 누군가와 연애를 하든, 직장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겪든 간에
나의 진심이 또 받아들여질까 의문이다.
적어도 한 번이라도 연애에 있어 진심이 진심으로 돌아왔었더라면
조금은 덜 걱정스러웠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직도 어제 들은 칭찬의 말을 떠올리면 입가에 웃음이 고인다.
참 초딩스럽다 싶을 정도로 마냥 기분이 좋다.

칭찬이란 건 잘 하고 있으니까 더 잘 하라는 의미인 동시에
앞으로 계속 그래주기를 바라는 기대감이기도 하다.
어제 들은 칭찬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계속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의 진심에 진심으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삶이 의미로 충만하다.

놔랑	칭찬		2009/03/30
Giverny	ㅡㅡ?		2009/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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