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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실장님 결혼식에 다녀오는 길에 초등학교 동창을
스쳐보냈다. 이름도 정확하게 기억한다. 이.미.혜.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친했던 친구들 이름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그 아이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마 초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오늘 만난 초등학교 동창은
나와 몇몇 친구들과 집이 같은 방향이었다.
그 아이는 예쁘장했었는데 그래서인지 나와 함께 집에 가는 친구들이
그 여자애에게 장난을 많이 치곤 했었다.
당시에는 어느 학교나 실내화를 들고 다녔던 것 같다.
친구들이 주로 친 장난은 여자애의 실내화를 뺏어서
깊이 1m 정도 되는 구덩이에 던져넣곤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장난에 끼어든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한 두번은 그랬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나는 남을 괴롭히는 일을 싫어했기 때문에
언제나 그들이 실내화를 뺏어 던져넣고는 웃으며
여자애를 놀리는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곤 했었던 것 같다.
장난은 갈수록 심해졌다. 그때 그 친구들이 누구였는지도 기억나지 않고
그 여자애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어느날엔가 그 여자애의 어머님이 오셨고 우리를
혼내셨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날 혼난 것은 나 혼자였다.
나는 지금까지도 왜 그때 혼난 것이 나였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 어머니는 그 집에 가서 사과까지 하고 오셨는데
그때 왜 나만 혼난 건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비슷한 일이 한 번 더 있었다.
동네 놀이터에는 또래의 남자아이들이 모여서 놀곤 했는데
자주하는 것 중 하나는 테니스 공을 아파트 벽에 던져 정해진
층에 던져넣지 못하는 아이가 벌칙을 받는 것이었다.
벌칙은 당사자가 아파트 벽에 팔다리를 벌리고 서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테니스 공을 던져 맞추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살 어린 아이가 새로 이사를 와서
우리가 노는데 껴서 함께 놀았다. 내 기억으로는 그 날 모두가
의도적으로 그 아이가 벌칙을 받도록 유도했었던 것 같다.
결국 그 날 그 아이는 수차례 벌칙을 받았다.
아직도 그 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나는 단 한 번도 그 아이를 맞추지 않았다.
혹시라도 맞을까봐 아주 약하게 던졌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은 있는 힘껏 공을 던졌고
그렇게 몇 차례 벌칙을 받은 후 다른 아이들이 집으로 향했을 때
결국 그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아이를 달래고 미안하다 말했던 것 같다.
아이는 올라가며 "형 몇 호에 살아요?"라고 물었고 나는
아무 생각없이 대답해주었다.
집에 올라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폰이 울렸다.
아이의 어머니가 우리 어머니에게 화를 내셨다.
애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두 가지 사건을 가끔씩 떠올린 적이 있기는 하지만 두 사건을
동시에 떠올린 것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
오늘 집으로 올라오는 길에 두 사건을 차례로 떠올리며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왜 그때 가해자가 되어 버린 걸까.
우리 어머니는 왜 두 번 다 그렇게 사과를 하셨어야 했던 걸까.
왜 정말 다른 사람을 괴롭힌 아이들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나한테만 나한테만 그렇게 다들 화를 내었을까.
두 번 다 그저 방관만 하고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은 나의 잘못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방관자가 가해자보다 더 큰 벌을
받아야 할 이유도 알지 못한다.
아마 각각 두 사건의 피해자였던 아이들에게는 자신을 괴롭힌
아이들에게 복수하기보다는 내게 복수하는 것이 더 쉬웠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아무런 앙심도 품지 못할 것이고
그들에게 연약함을 노출했으니까 그랬을 것이다.
큰 선은 위대하지만 작은 선은 오히려 자신에게 손해를 입힌다.
그리고 우리는 타인의 작은 선을 자신을 위해 이용한다.
작은 선과 동정심은 그저 약점일 뿐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내가 행한 작은 선(이라 불러도 좋을까)은
위선이다.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자기만족이며
따지고 보면 그저 비겁한 행위일 뿐이다.
결국,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남에게 해가 될 일은 무엇도 하지 않았고
남에게 해가 될 상황을 막기 위해서도 무엇도 하지 않았다.
내가 바란 것은 스무 해 가까이 남아있는 그 응어리들이
사라지거나,그때 나의 작은 위선과 사건의 피해자들이
행한 작은 비겁함의 관계를 이해한다거나, 가해자보다
방관자에게 더 큰 벌이 가해졌음을 납득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어느 날씨 좋은 날 풀밭에 누군가의 옆에 누워
그런 일들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네가 내 옆에 있으니까 이제는 아무래도 좋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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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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