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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와 티비를 켭니다.
가스렌지 위에는 어머니가 만들어 두신 북어국이 놓여있습니다.
북어국을 끓여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컴퓨터를 켭니다.
끊임없이 담배를 태우며 뭔가 읽을 거리를 찾습니다.
그저 시간을 채우기 위함입니다. 그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매일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담배를 한 대 더 태우고 잠이 듭니다.
5시 50분에 알람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납니다.
인간이 어떻게 여섯 시 전에 일어날 수 있는지 의문스러워하며
현관문을 열고 신문을 가져다 읽습니다.
5시 55분에 알람이 한 번 더 울립니다.
일년 전 알람소리를 못 들어 지각했던 때 이후 생긴 습관입니다.
뭔가 대충 배에 채워넣고 서둘러 양치를 하고 옷을 입습니다.
강남역까지 천천히 걸어가며 담배를 한 대 뭅니다.
140, 407, 471, 462번 버스 중 하나를 타고 세곡동까지 갑니다.
다시 57번이나 2412번 버스 중 하나를 타고 네 정거장을 더 갑니다.
길을 건너 부대로 들어갑니다. 임시정문을 지키는 병사 중
얼굴을 아는 병사가 있으면 인사를 합니다. 사실 한 명밖에 없습니다.
정문이 다시 지어졌는데 왜 아직도 임시정문일까 의아하지만
그러려니 합니다.
부관실로 들어가 연 병장과 인사를 하고 옷을 갈아입습니다.
사실 요즘은 군복을 입고 출퇴근 해야하지만 그냥 사복을 입고 다닙니다.
담배를 또 한 대 태우고 신문을 읽다 보면 단장님이 출발하셨다고
전화가 옵니다.
현관으로 내려가 단장님 마중을 하고 다시 또 신문을 읽습니다.
신문을 다 읽고 책을 조금 읽고 정신없이 전화를 받다보면 하루가 갑니다.
전임자는 참 한가해보였는데 왜 이리 바쁜지 모르겠습니다.
점심 때 자리를 비우지 말라고 해서 바쁜 날은 일명 뽀글이를 끓여먹습니다.
점심을 먹고 또 한참 전화를 받다보면 퇴근 시간이 다가옵니다.
퇴근 시간은 매일 다릅니다.
나도 내가 언제 퇴근할 수 있는지 잘 모릅니다.
어쨌거나 결국 퇴근을 하긴 합니다.
이제는 퇴근 버스를 못 타서 부대 앞에서 2412번을 타고
수서 역까지 갑니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요즘엔 멍하니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며 옵니다.
그리고 집까지 천천히 걸어 올라갑니다.
우편물을 꺼내들고는 계단을 오릅니다.
여전히 익숙치 않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갑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와 티비를 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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