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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개월간 모셨던 단장님의 이임식이 있었다.
지난 반년 내내 "부관!"하고 나를 부르시던 단장님은
보름 전 공관대에서 "김현우!!"하고 부르셔서 나를 놀래키시더니
(그때 나는 정말 나를 부르신 줄 모르고 그냥 지나갈 뻔 했다)
열흘 전부터는 나를 부를 때 그냥 "현우야!"라고 부르셨다.
내가 태어나서 내 앞에 존재하는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가진 것은 처음인 것 같다. 행정실장님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단장님이 잘 삐지신다고 하셨지만 단장님은 말 그대로 덕장이었다.
개인적인 부탁을 하실 때면 아무리 사소한 부탁이라도 미안해 하시며
말씀하셨고, 야간비행이 있어 야근을 해야할 때나 주말에 출근해야 할 때도
내가 살살 빠져나가려고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면 언제나
먼저 가도 좋다고 말씀하셨다.
부관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때도 언제나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런 단장님의 너그러운 성품에 기대 가끔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나 자신의 게으름에 면죄부를 준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내 모습에도
단장님은 단 한 번도 별다른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대다수 비행단에서는 구렛나룻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지적 사항이라지만
부관이라는 직위에 있는 내가 아무리 머리를 길게 기를 때에도
아무 말씀 하신 적이 없다. 단 한 번 참모총장님이 단장님 차에
타실 뻔했던 적을 빼고는. 처음에 전임자에게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해
실수를 연발할 때 다른 사람들이 비난의 눈길을 보낼 때도
단장님은 단 한마디 책망도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내가 부담가질까
먼저 농담을 건네시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씀하셨다.
우리 아버지 연배시면서도 여전히 배가 조금도 나오지 않으실 정도로
자기 관리가 철저하신 단장님. 단장님 생신에 편지를 쓰며
'윗사람에게 잘하는 것은 배울 수 있는 것이지만 아랫사람에게
잘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인품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적은 것은
조금의 거짓도 섞이지 않은 나의 진심이었다.
그만큼 단장님은 나 뿐 아니라 나와 함께 일하는 병사 하나하나에게도
항상 신경을 써주시고 인격적으로 대해주시는 인품을 가지신 분이었다.
마지막 날인 오늘까지도 단장님은 후임 단장님을 배려하시며
명패를 미리 교체하고 짐을 바로 옮기라고 하시며 본인은
다른 방에 가 계셨고, 마지막까지 단장님 차 앞자리에 앉아 모시려던 내게
"뒷 차 타라. 신임 단장 모셔야지"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는 단장님이 부대 장병의 박수를 받으시며 정문을 통과하실 때
함께하고 싶어서 단장님이 재차 "뒷 차 타라니깐"하고 말씀하실 때
"제가 타고 싶어서 그럽니다"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건방진
말씀을 드렸다. 단장님은 아무런 말씀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단장님 앞자리에 앉아 수백 명의 부대 장병들의 인사와 박수 속에서
정문으로 향했다. 간혹 경례를 하는 사람들도 있어 경례를 받아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 고민과 함께 긴 도열 사이를 지나며 가슴이
뭉클했다. 작년에는 거의 하지 않던 야근도 하고 주말에 출근도 하면서
가끔 짜증내기도 했던 내 자신이 후회스러울 만큼 우리 단장님의
부관이란 사실이 자랑스럽고, 그 시간이 끝나간다는 사실이 가슴에
사무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반 년 동안 언제나 나를 부하 혹은 부관이 아니라 하나의 인간으로
대하고 배려해주신 단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나의 게으름과 이기심으로 소홀했던 부분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고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내 진심을 알아주시고
나를 아껴주셨던 것에 감사드린다.
단장님은 나를 만나보시지도 않고 내가 서울대 졸업생이란 이유 하나로
일을 잘할 것이라 믿고 뽑으셨다고 누군가에게 들었다.
결국 일은 대충대충 엉성하게 했던 것도 같지만,
단장님의 인품에 기대 수많은 실수와 게으름을 그냥 넘겼던 듯 하지만,
단장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그 인품에 진심으로 감동할 수 있었던
나였기에 단장님이 부관을 정말 잘 뽑으셨다고 뻔뻔하게 말하고 싶다.
내일 아침 언제나처럼 7시 30분까지 출근해 옷을 갈아입고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신문을 보다가 3003번 전화가 울리면
"응, 알았어"하고 내려가 멀리서 다가오는 검은 세단을 향해
경례를 하고 자동차가 멈춰서면 문을 열어드리겠지.
그런데 그 문 밖으로 나오는 분이 우리 단장님이 아니실 것이란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오늘 새로운 단장님이 오셨지만, 그 분께 참 죄송한 말씀이지만
내게 있어 다른 단장님은 없을 것 같다.
왠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
단장님 항상 건강하세요. 항상 감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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