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이란 하나의 습관이다. 행운이나 노력의 결실은 결코
행복을 맺어주지 못한다. 그런 것에서 오는 기쁨의 감정은
순간적 쾌감에 불과하다. 우리의 인식이 끊임없이 불행을
의식하는 습관을 갖고 있을 때는 무엇도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못한다. 불행은 그 어떠한 이유로든, 그 어떠한
형태로든 마음 속에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불안을 걷어낸 후에도 행복은 결코 오지 않고 다른 불안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에 불안의 자리를 없애고 여유를 갖는 습관이다.
물론 불우한 환경에 처한 자에게 있어 단지 여유를 갖는 것만으로
그 불행에서 헤어나오라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만약 그가 끊임없는 불안 속에서 안정을 찾지 못하고 매번
처음의 수렁으로 다시 빠져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불행일 것이다. 지금 내가 말하는 것은 우리가 행복해지는 방법이
아니라 불행하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행복이란 행복을 찾는
노력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불행을 피하려는 노력에서
찾아질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행복을 무엇으로 정의하냐에 따라 내가 한 말은 틀린 말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것이 순간의 쾌감이나 만족감이 아니라면,
강렬한 욕구의 충족이 아닌 사소한 것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이라면
행복은 분명 불행을 피하려는 노력, 그런 마음의 습관에서 얻어지는
것일 것이다.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자는 그 어떠한 환경에서도
불행해하지 않으며, 따라서 언제든 사소한 일상에서 만족을 얻을 수 있다.
반면 마음의 평정을 잃고 언제나 불행이나 불안에 마음의 일부를
내어준 채 살아가는 자는 순간의 쾌락만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쾌감이 순식간에 사그라드는 것을 느끼며 다시 고통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그렇기에 행복은 습관이다. 물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거나,
그 무엇에도 실망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바른 마음의 습관은
원하지 않았던 결과나 불운에 대해 우리가 덜 실망하도록 해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할 일은 그런 우리 자신과 타인을 뒤흔들지 않는
것이다. 타인이 스스로 다스릴 수 없는 크나큰 불운이나 불행을
그에게 주어서는 안 된다. 우리 각자에게는 자신을 완전히 스스로의
통제 속에 묶어둘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다. 그것을 타인에게서
박탈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완전한 통제는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 말은 결코 틀리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구체적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때에는 가끔 가능한 현실 이상의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가능성의 여부와 무관하게
그 시도 자체의 의미에 의의가 있는 것이다. 우리 각자가 완전한
자기통제에 이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노력, 타인을 한계에
놓이지 않게 하려는 노력, 그리고 더 나아가 더이상 버텨내지 못하고
무너져내린 타인을 보듬으려는 노력과 무너진 자신에 대해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옳은 정신을 갖는다면 개개인에게서 불가능한 일이
종국에는 전체에서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몽테뉴는 플라톤의 국가론을 언급하며 지금 현재의 것과 연계성이
없으며 실현불가능한 일을 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하나의 모범과 하나의 이상은 옳은 변화의 방향을 모색해주고,
그것이 실제로 현실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추후에
선택의 기회가 있을 때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미 굳어진 습관이 있다. 타고난 것이든 자라온 환경에
의하여 생성된 것이든 세상사를 받아들이는 나름의 방식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쉽사리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굳어진 습관일지라도 그것을 우리 자신과 타인에게
유용한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려는 노력은 결코 무용하지 않다.
또한 우리가 해낼 수 없다해도, 적어도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후손들에게 가르치고 체득시킨다면 미래는 현재보다 나을 것이다.
이것은 비단 행복을 위한 마음의 습관에만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고 그것들을 바꿔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사랑이란 말은 연대, 공감 등의 말로 바꾸어도 무방하다.
그러나 그 어떤 단어로 표현한다고 해도 그 안에서
지워지지 않는 뜻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나와 너는 같지 않지만 결코 다르지도 않다.' |
|
1
278 
18/20 
다시 또 오랜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