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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마지막

꽤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일이었으니까 마음은 차라리 편하다.
모든 말들에 마지막이란 말을 덧붙인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그 말을 덧붙이지 않으면 결국 또 다시 반복될 뿐.
마지막 기대. 마지막 노력. 마지막 소개팅. 마지막 연애. 혹은 마지막 사랑.
그 말들은 결국 마지막 절망, 마지막 슬픔 등의 말들로 환원될 것이다.
왜냐하면 언제나 마지막이란 것은 모든 것이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귀결로서 그곳에서 모든 것이 뒤바뀌기 때문이다.
이미 이해하고 있으리라 믿지만 다시금 말하자면 나는 다시는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나 자신에게 허락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있었다.
결코 이뤄지지 않을 일들로 나 자신을 계속 잃어가는 것,
그리고 그 기다림이 언제나 나 자신에게 변명이 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까닭이다.
슬픈 것은 나에게 마지막인 것들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무의미한 일이라는 것이다. 마치 마지막 희망과 마지막 절망이
내게 마찬가지인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는 나의 희망과 절망이
마찬가지의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것이 무관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희망과 절망 사이에는 그 어떠한 경계도 없으며
마지막이란 것이 어디까지나 내 안의 흐름의 절단일
뿐이기에 그 누구도 체감할 수 없는 것일 뿐이다.

누군가 마음을 열지 않아 내가 마음의 문을 닫고
결국 그 닫혀 있는 나의 마음이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닫게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은 마지막이 아니라
또 다른 절망을 낳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나중, 그 설마란
이미 나의 손을 떠난 것이다. 마지막은 그 어떤 의미에서도
마지막이어야 한다.

대체 모든 것에 마지막이라는 머릿말을 달고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생각해본다. 필경 거짓말이 될 것이 뻔하다고들
비웃고 있겠지. 그래, 나도 우습다. 지금 이 순간에도 희망을
더듬어내리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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