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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그렇게

그러니까 어떤 이성적이거나 감정적인 논리의 귀결이 아니라,
겨우 나 자신의 과거를 물리친 나에게
누군가의 과거와 다시 또 싸우게 한다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는 결론을 지었다.
(차라리 미래라면 백번쯤 이해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나라는 인간은 결코 노력이나
인내를 통해 무언가를 얻은 적이 없음 또한 고려했다.
(물론 노력이나 인내 따위는 발휘해본 적이 없지만
그런 것들을 발휘해야할 상황에 처하고 싶은 생각 또한 조금도 없다)
나의 삶이 행복하게 될 것이라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 될 수 있었더라면 진즉 그렇게 되었으리라.
마법도 기적도 없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런 것들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내게는 충분하다.
내게는 어색한 여유나 안정 따위를 그대로 간직하고픈 마음
따위는 추호도 없다. 차가운 바람이 불고 이불 속에 파고들면
따뜻한 그것 외에 내게 주어진 행복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감정적으로 화가 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성적으로 화를 내기로 했다.
(대체 내가 언제부터 이성을 그리도 신봉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성의 명령에 따라 모든 상황에 종지부를 찍기로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훨씬 더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믿기에.
실은 3,4년이 아니라 30년을 각오한 것이라 할지라도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애초에 그런 각오를 하고 있었다)
이미 진작에 각오한 일이기에. 아니, 포기한 일이기에.

그렇지만 정말로 이럴 줄은 정말로 몰랐다.
정말로 믿고 싶지 않았다.
거짓없이 협박 않고 마음 편히 지나갈 수 있는 것은
스물 한 살 그때 뿐이었다는 터무니없는 사실을 나는 결코 몰랐다.
왜 살아가는가가 아니라 왜 살아왔는가를 고민했어야 했던 것이다.

Giverny

아직 마음의 여유를 부릴 수 있을 때 애초에 나다운 것이었던 회의주의를 견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므로 너는 결국 또 그런 식이냐는 여러분 모두의 결론을 거부한다. 여러분은 그따위 결론을 짓기 전에 최소한 한 번쯤은 물어보았어야 했다. 내가 대체 무엇에 절망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미 늦었다. 사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러했다. 나는 당신들이 묻지 않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절망하고 있었다.

2007/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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