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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잊혀진다는 것

집에 오는 길에 호선이가 우리 과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기사가

났다고 말해주었다. 내가 알던 누군가의 죽음이었고, 그 죽음은

오래 전에 일어났던 일이었다. 아니, 내 기억 속에서만 오래고,

그 죽음에 대하여 내가 화내고 소리지르고 잠시...아주 잠시만

흥분했던 그 순간만이 오래 전이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화를 내고는

너무도 쉽게, 여태 끝내 잊고 살았던 그 죽음과

지금 나 사이에는 너무나 오랜 단절, 비겁한 단절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나는 화랑이에게 부탁하여 기자의 이메일을 확인했고

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조리있게 쓰지도 못했고, 생각하고 쓰지도

못했고, 흥분해서 쓰지도 못했고, 화내지도 못했다.

화내기에는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애정이 너무도 얕은 것이었고

생각하고 쓰기에는 너무도 머리가 아팠고, 조리있게 쓰기에는

나 자신도 내가 왜 마음이 이렇게 불편한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대체 왜 기자에게 이메일을 썼던 것일까.

나는 정말로 그 사람의 죽음이 이런 식으로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싫었던 것일까, 아니면 오래 잊고 있었던 미안함을 되살려 놓은데

대한 원망 때문이었을까...

그 사람과 나는 사실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 아마 누구도 그다지

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나에게는 아주 작은 기억이 있다.

불어학 발표를 같이 했고, 인사 한 번 받아주지 않는 그 사람에게

3년 내내 인사를 하다가 끝내 인사를 받을 수 있었고, 발표 덕에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는 조금은 흐뭇해 했었다.

그렇다고 내가 더 다가가지도 않았고, 무엇 하나 해준 것은 없었기에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은 조금 무례하고 주제 넘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의 죽음을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처음에는 얼마나 괴로웠을까 생각하며 슬프고 미안해서 울었고,

그 다음에는 왠지 쉬쉬해야 하는 분위기에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고,

그리고....그리고....나는 끝내 침묵했고, 끝내 잊었다.

이런 식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쉽거리로만 남게 될것이 뻔했던

그 죽음이, 아니 그 고통의 끝이 그 날 내게는 너무나 안타까웠는데...

그 죽음으로만 혹은 보통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그 행동들로만

기억되다가 시간이 지나고 모두에게 잊혀지게 되는 것은 너무도 슬퍼서,

그래서 나만은 계속 기억해주겠다고, 내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던 순간들과

불어학 발표날 공부도 거의 하지 않은 내게 친절히 설명해 준 그 모습들로

기억하겠노라고 그렇게 다짐했었는데...

결국은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나는 더러운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하나의 후배가 말했을 때도 잊고 있었고,

두번째로 다른 후배가 말했을 때도 잊고 있었고,

기사를 다 읽고도 잊고 있었고,

이 글을 쓰면서 어렴풋이 하나씩 기억나는, 그렇지만 결코 많지는

않은 그 사람에 대한 기억들은 그렇게 오래도록 덮여 있었나 보다.

모두에게 잊혀 있었나 보다.

이렇게 신문 기사에 짧게 등장하여 사소한 이야기거리가 되기 전까지

누군가의 슬픔조차, 추억조차 되지 못했었나 보다.

나는 오래 전 그 순간의 미안함과 분노로 내 몫을 끝내려고 했었나 보다.

모르겠다.

나는 왜 이렇게 비겁하게 사랑하는 건지,

대체 왜 이렇게 비겁하게 살아가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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