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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선거철

다시 또 선거철이다.
이놈의 학교는 매번 총학 선거가 부결되는지라 매년 두 번의 총학 선거가
이뤄진다. 개인적으로 선거유세도 싫어하고 각 선본들이 공약이랍시고
내놓는 것들도 짜증만 유발시키는지라 선거철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게다가 요즘은 비교적 덜하지만 선본원들이 나눠주는 종이들을
'대학원생인데요'라고 굳이 말하며 거절하는 것도 참으로 귀찮은 일이다.
물론 일단 한 장 씩은 받아서 읽어보기는 하지만 애초에 거부감을
갖고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대체 매번 연장 선거까지 하면서도 투표율이 50%가 안 되는 것이
누구의 탓인지 모르겠다. 여전히 학외투쟁을 주목적으로 하는
운동권들 탓인지, 아니면 거기에 비판이랍시고 하는데 사실은
그다지 나을 바 없는 비권들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무관심한
학생들 탓인지...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냥 무관심한 학생들에 짜증이 나서
이렇게 투덜투덜 적어내려가고 있다. 투표를 하지 않는 학생들이
항상 하는 말들은 정해져 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 '그래'하고
웃으며 수긍하지만 사실은 매번 속으로 욕을 하는 것이다.

투표권은 민주시민의 권리라는 시덥지 않은 소리를 여기서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애초에 민주시민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왜 권리가 부여되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로버트 하인라인이 스타쉽트루퍼스에서 우기고 있듯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에게만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각 선본들이 어떤 이야기들을 하는지 그들은 모른다. 그들은 애초에
관심도 갖지 않고 투표를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누가
왜 투표를 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뽑을 사람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뽑힐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애초에 생각할 의사도 없었으면서
자신의 무책임함을 그럴듯한 말로 포장한다. (마음 속에서 화가
다시 치밀어 오르며 마구 욕이 튀어나오는 중-_-)
최소한의 양식을 가졌다면 최소한 각 후보들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에는
관심을 가진 후에 그런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모두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차선책을 택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마저도 어렵다 해도 최소한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게으름과 무관심함과 무책임을 더러운 논리로 합리화시키는
것을 들을 때마다 부아가 치민다.

비슷한 논리가 하나 더 있다.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려놓고는 내가 지적을 하면
"이렇게 버려야 청소하시는 분들도 일자리가 있다"라는 사람들의 논리다.
이 논리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에게 들어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나는 누군가 이따위 논리를 펼치는 순간 상대를 경멸하게
되고야 만다. 그런 논리라면 내가 '그 말을 하는 사람을 죽도록
쥐어 패야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 것'이란 논리도 성립할 것이다.
굳이 그 역겨운 논리에 대응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쓰레기 무단 투기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2. 사회적 비용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비합리적 경제상황을 유발한다.
3. 같은 돈이 같은 목적(어처구니 없지만 쓰레기를 치우시는 분들의
일자리 마련)으로 사용된다면 더욱 합리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그 역겨운 논리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한겨울에 노인네들이 그 일자리를
위해 고생해야 한다거나, 훨씬 의미있는 일을 할 기회를 놓친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할 만큼 자기합리화의 논리에 갇혀 있다.

무책임함과 그것의 자기합리화를 위한 논리로 무장한 사람들이
대체 어떻게 '시민'이란 이름을 그렇게 존재만으로 얻을 수 있는
건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화낼 만한 일이 부쩍 늘은 것인지 그저 내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아무튼 나로서는 견뎌내지 못할 짜증들 사이를 비집고
또 다른 것들을 생각해야만 한다는 그 당위성이 내게는 버겁다.
그리고 대체 왜 이렇게 글 쓰는 것(떠들어대는 것)조차 힘든지 모르겠다.

Giverny

그럼에도 투표하지 않을 권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건 충분한 고찰 끝에 나온 결론일 때에만 유효하다.

200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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