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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le grand homme

죄와 벌을 읽으며 공포를 느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어떻게 인간의 심리를 이토록 정확히 읽고 있는
것일까.

라스꼴리니꼬프와 그의 어머니, 두냐, 라주미힌, 두냐의
약혼자가 함께한 자리에서 두냐의 약혼자가 화를 내며 자리를 뜬 후
도스토예프스키는 그의 심리를 서술하는데 '그는 모든 것을
라스꼴리니꼬프의 탓으로 생각했으며 두 여인과의 관계는 여전히
회복 될 수 있는 것'으로 믿는다.

나 자신의 조울증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한 그 순간부터
마음이 편하다. 지난 한 달 동안 작은 불안정함에도 빠지지 않고
거의 조증에 가까운 상태로 잘 지내고 있다.
핸드폰을 잃어버려도 그냥 웃고, 부대에서 깨져도 그냥 투덜대고 만다.
다만 내가 나의 불안정함을 씻어냄으로 인해 내가 잃는 것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알고 있기에 작은 안타까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이 훌륭한 작품에서 전율을 느낄 때,
인간의 심리를 너무도 놀랍도록 정확히 짚어내는 통찰을 볼 때
아마 영원할 이 안정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하는
의심도 든다. 물론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살아가도 그런 통찰과
글쓰기 능력을 갖게 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법.
무엇보다도 모든 것을 하나하나 인정해 나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점이 최근 한 달 동안 내가 얻은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세 달 동안 타들어갔던 마음이 한 달 동안 이토록 평화로울 수 있는
것은 오직 내가 모든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지금의 나 자신을 바로 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때문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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