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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를 잃은 지난 2주.
우리는 케인즈의 거시적 재정정책이 옳은지,
밀턴 프리드만의 금융정책이 옳은지에 대해 답할 필요가 없다.
아담 스미스가 그 긴 저술 중 단 한 번 언급한 "보이지 않는 손"이란
말에 집착할 필요도 없으며, 마르크스를 신처럼 추앙할 필요도 없다.
또한 인간이 태생적으로 선한지, 악한지 혹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지
고민할 필요도 없고, 신이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천국이나
지옥이 실제로 있는지, 죽음 이후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이성의 극단과 칸트나 니체 같은 반이성주의에 경도될 필요도 없다.
우리는 프톨레마이오스처럼 원을 80개나 그려놓고 주전원 이론이 맞다고
우겨댈 필요도 없고, 수성의 근일점 이동을 설명하기 위해 애를 쓸 필요도
없고 프리드먼과 아인슈타인처럼 우주상수의 존재 여부를 따지고 들 필요도 없다.
칸트의 성운설이 폐기되었다 부활하든 말든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가 역시 폐기되었다 불화든 말든
플랑크 시간 이전의 모든 것을 인류가 설명할 수 있게 되든 말든
뉴트리노가 질량을 가진 것이 확인되어 먼훗날 우주가 수축하든 말든
우리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
우리 삶은 얼마나 풍족하게 삶을 영위하는가,
원하는 것 중 얼만큼을 가질 수 있는가,
우리 자신의 욕망 중 얼만큼을 충족시킬 수 있는가,
걔중 특히 성욕과 우월감을 어떻게 해소하고 지켜내는가에 달려 있다.
아주 오래 전 들어온 교훈들과 달리 우리 삶은 쉽게 만나고 헤어지고,
쉽게 가지고 쉽게 잃는 식으로 이뤄진다.
누군가와 잤다고 해도 쉽게 헤어질 수 있지만
하나의 사상에 경도되면 그 반대의 의견은 듣지 않는다.
사창가에 흘러드는 돈이 빈한 자를 위한 기부금보다 많으며,
자기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들이는 노력보다
남보다 낫게 살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 더 크다.
진실하지 못한 자신보다 남보다 못한 자신을 부끄러이 여긴다.
삶이란 그런 것이고 우리가 아무 것도 신경쓰지 아니하더라도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부끄러이 여기지 않더라도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다. 지금의 세상은 서로에게 그 모든 것을 강요하는 듯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으며 상호의 묵인 속에
그토록 쉽게 쉽게 살아가게 되어 있다.
그렇지만 나는 나 자신을 돌보도록 하자.
부끄러운 것은 나의 조울증 증세가 아니라
내가 그것을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았고,
인정하지 않음으로 인해 하지 않아야 할 말들을 했으며
그동안 자신에게 수없이 면죄부를 주었고
모든 것을 깨닫고도 다시금 잘못을 반복했음에 있다.
내 안의 선을 행하는 대신 그 마음을 내 안의 악을
묵인하는 도구로 악용하였으니 이는 중세의 종교재판소와
다를 바 없다. 또한 그 재판의 피고는 언제나 나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었으니 더더욱 할 말이 없다.
그럼에도 나 자신의 방법론과 방향성에 대해서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창녀가 된 기분이다.
이 세상은 너무 쉽고, 나는 그 쉬움에 물드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적어도 쉬워짐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단지 그러지 못하고 있을 뿐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세상을 진실하게 살아가려면 나의 모든 욕구 - 물질적 탐욕과 게으름, 성욕
- 에 충실하고 또한 모든 것과 타협하거나 아니면 모든 욕구를 절제하고
처음 정한 기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처음 정한 기준에서 이미 오래 전에 벗어났고
그 벗어남에 대해 숱한 변명을 이어왔다.
그러나 그렇다고 나의 모든 욕구에 충실하지도 못했다.
나의 삶은 누구를 위한 삶인가.
나 자신의 욕구에도 충실하지 못하고, 도덕적 의무감과 인간으로서의 자각에도
충실하지 못한 나의 삶은 과연 무엇을 위한 삶인가.
언젠가 바랐던 대로 내가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을 위한 삶일 수 없으며
또 언젠가 바랐던 대로 세상 모든 것을 위해 바치는 삶도 아니다.
그렇다고 나는 완연히 행복한 나 자신을 용납할 수도 없을 것이다.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아름답고
그 삶 안에서 고민하는 것은 더욱 아름답고
그 고뇌를 이겨내고 실천하여 나아가는 것은 더욱 아름답지만
지금의 나는 정말 창녀같다.
설사 내 의지가 아니라 타인의 의지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라 해도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보육원에서 나와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슬이에게 도움이 되고
꾸준히 복지관에 나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부대 안에서 병사들이 조금이라도 즐겁도록, 또 뭔가 얻어나가도록 노력하는 것이고,
나 자신을 부끄러이 여기고 서둘러 나아가는 것뿐이지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그리고 또 그 부족함을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그것에조차 충실하지 못하다.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그 삶을 살아가기 위하여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 삶을 살아가기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그 삶을 살아가기 위하여 내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제는 내가 고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창녀가 잃은 것은 순결뿐이고
내가 잃은 것은 확신일 뿐.
내가 행복해지는 것 이상으로는 세상이 아름다워져야 한다는 것,
세상이 쉬워지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휩쓸린다는 것
그것만은 아직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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