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독특한 사람이다. 말이 좋아 독특한 사람이지 이상한 사람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독특함(혹은 이상함)은 처음에는 다소 거부감을 주었지만 그 독특함이란 푸딩을 처음 먹는 사람이 입을 닫는 순간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그 느낌에 의해 갖는 당혹감 같은 것이었다. 처음 그를 알게 된 것은 여름으로 들어서는 낯익은 오후였는데, 그는 난데없이 나에게 이상한 글 하나를 툭 던져주고 사라졌다. 모르는 사람이 던져준 그 글을 읽어야하나 말아야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자그마한 호기심의 힘에 눌려 글을 읽기 시작했다. 읽어 나갈수록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그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어느 정도 그를 알게 되었다 생각하는 지금, 나를 놀래켰던 푸딩의 그 감촉과 더불어 혀 위에서 입 안으로 스며든 그 달콤함이 이 글을 쓰는 나를 배시시 미소짓게 만든다.
어느날인가 그는 간디 자서전을 읽더니 금요일에는 말을하지 않을거라고 했다. 간디는 월요일에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자신도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월요일에 수업이 있으므로 금요일에 말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어이없어 하는 나의 표정을 잠시 살피더니 그는 말했다.
“사실 간디가 너무 존경스러워서는 아니야. 다만 무언가 생각했기 때문이야. 어쨌든 난 금요일에는 말을 하지 않을거야. 금요일에는 너를 만나지 못하겠지 아마. 잘 자라는 인사도 하지 못할거야. 하지만 그렇게 하루종일 너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꼬박 모아 가슴에 감춰두고 토요일이 되면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기분 좋게 집을 나서는거야. 그리고 너를 보자마자 말을 하기 시작할거야. 아마 눈물이 날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게 많이 말하지는 못할거야. 할 말이 너무 많아서 감격에 벅차, 숨이 차 올라 말을 제대로 못 잇다가 그냥 씨익 웃을거야. 너에게 그런 미소를 보여주고 싶어.”
나는 그것보다는 그냥 매일 얘기하고 잘자란 인사를 해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했지만 그는 막무가내였다. 그 날 결국 그를 설득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가 말했던 그런 미소를 한번쯤 보는 것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쨌든 그는 이런 식으로 보통의 사람과는 많이 달랐다.
그는 자기 세계를 갖고 있는 사람이 좋다고 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세계를 갖고 있다 착각하고 살지만 대부분은 그저 감정을 느끼고 슬프고 즐거워하고 우울해하는 것뿐이고 그것만으로는 자기 셰게를 가졌다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자기 세계를 갖고 있어도 거기에 매몰되는 인간은 더 바보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야말로 자신만의 세계에서 사는지도 몰랐지만 그것이 그리 밉지만은 않았다. 그는 나에게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가르쳐주었다.
“모든 사람은 영혼을 갖고 있어. 그 영혼은 기뻐할 줄 알고, 슬퍼할 줄도 알아. 하지만 그것만으로 자신이 살아있다고 믿으면 안돼.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있다고 믿어서도 안돼. 그것은 그저 존재하는 것을 증명하는 것 뿐야. 그 영혼이란 것은 처음에는 그저 빛이 나는 물체일뿐야. 자기만의 세계를 갖는다는 것은 거기에 조금씩 부조를 새겨나가고 색을 덧입히는 과정이야. 반항심으로 부모님의 의견에 따르지 않는다거나, 홀로 살아가는 것은 의미가 없어. 자신의 신념을 갖고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어야만 해.”
나는 조용히 듣고 있다가 물었다.
“너의 신념이란 것은 뭔데?”
“너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물론 그것만으로 나만의 세계가 있다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이미 나는 내 영혼에 많이 새겨넣고 많은 색을 칠했다고 생각해. 마지막으로 나에게 필요한 것은 네 웃는 얼굴로 내 영혼을 더 밝게 빛나게 하는 그것뿐인걸.”
그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는 민망했던지 걸음을 빨리하여 저 앞으로 나아가버렸었다. 그 날 이후 조금씩 나의 영혼에 새겨나가고 있는 그 무늬는 그의 미소를 닮은 것 같다. 잠들기 전 한번씩 붓질로 덧입히는 그 빛깔들은 그의 영혼의 그 빛깔과 비슷한 것 같다. 실은 나의 영혼은 이미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마치 태양의 빛을 반사시켜 아스라이 빛나는 저 달처럼, 그렇게 그의 영혼의 어여쁜 빛을 반사시키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