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90articles,
Now page is 5 / 7pages

Join Login


View Article

Name		현우

Homepage		http://everever.net/utopia

Subject		K.H.W. in wonderland

도토리가 하나 굴러가네...
에잇, 그냥 발로 멀리 차 버렸어.
그리고 또 계속 걷는데
어디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거야.
그 쪽을 향해 재빨리 뛰어갔지.
아무도 없었어.
대신 숲 속 한 가운데에 공터가 있었는데
내가 그 가운데에 다다르자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졌어.
무서워서 한참을 울다가 잠이 들었어.
그러다가 누군가의 손길이 얼굴에 느껴져
잠에서 깨었어.
누군가 내 머리를 무릎 위에 올려 놓고
방금 전 깬 내 얼굴을 보며 씨익 웃어 주고 있었어.
마음이 너무 편안해져 다시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어.
다시 잠을 깼을 때 그 사람은 없었어.
뭔가 허전했지만 무서워서 그 공터에서 나왔어.
아까 그 사람이 나를 불렀던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어.
그래서 아까와는 반대방향으로 걸어갔어.
눈부시게 밝아져 갔어. 십여분을 걸은 후에는
눈이 부셔 눈을 못 뜰 지경이었어.
그래서 다시 뒤로 돌아서기로 했어.
순간 눈물이 나는거야. 미친듯이 서럽게 눈물이 나는거야.
나도 이유를 알 수가 없었어.
그래서 그냥 눈이 부셔서 그렇겠지 하고 생각했어.
하지만 돌아서서 걷는 도중 계속 눈물이 났어.
그렇게 걷다가 누군가와 부딪혔어.
아까 그 사람이었지.
그 사람이 손에 도토리를 들고 있었어.
내가 아까 발로 찬 도토리라고 했어.
그러면서 내게 왜 우냐고 묻는거야.
나는 대답할 수 없었어.
잠시 나를 바라보던 그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목소리로 말했어.
"얘야, 너도 사랑을 해 본 적 있니?
마치 그런 사람의 것 같은 눈물이구나"
나는 멍하니 그 사람을 쳐다봤어.
사실 내가 도토리를 차기 이전의 일 따위는
아무것도 기억이 안났거든.
그래서 말했어.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하지만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아요.
사랑하면 언젠가 아플거에요. 아주아주요."
"그래, 아프겠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목소리로 노래하게 되겠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얼굴로 미소 짓게 되겠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손길로 또 다른 누군가의 손을 잡게 되겠지."
"당신도 누군가를 사랑했었기 때문에
그토록 슬픈 목소리로 내게 말하는건가요?"
"내 목소리가 그렇게 슬프게 들리니?"
"네, 세상에서 가장 슬프게 들려요."
"얘야, 그건 네 목소리란다.
네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목소리를 갖고 있단다.
자, 이 도토리는 내가 갖고 있으마.
이 도토리는 언젠가 네가 갖고 있던 도토리란다.
네 슬픈 목소리는 여기 담아 놓기로 하자.
다시는 이 도토리를 찾지 마.
대신 언제든 네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이 도토리는 내가 기꺼이 돌려주마."
"네, 근데 당신은 누구신가요?"
내 목소리의 반향이 너무도 슬퍼 눈물이 고인 사이에
그 사람은 사라졌다. 목이 메어 더이상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삶은 나의 도토리를 찾는 여정.

가끔 숨이 멎을 때가 있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것인지...
왜 이리 터무니 없는 것인지...너무나 슬프거든.

내가 너무 어린애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언제나 무엇을 해야하는지 무엇이 옳은지
생각하면서도 결국 나는 마음가는대로만 해버렸지.
하지만 이번만은 조금 어른스러워져야 해.
가슴이 타버리고 눈물이 펑펑 나도.

미안해요.
모질지 못해서.

* 현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09-17 0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