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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모르겠고 모르겠고 모르겠고

안의 무엇인가가 산산조각이 나서 돌이킬 수 없게 되었는데
분명 누군가 아무 생각없이 힘껏 망치로 몇 번인가 그것을 두들길 때마다
양손으로 서둘러 깨져나간 조각들을 바지런히 다시 붙여가며
조금씩 모양이 이상해지고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두들기는 망치질이 익숙해져 마냥 손을 놓았던 건지
너무도 멀리 튀어나간 파편들을 다 찾아내지 못했던 건지
이제는 정말 산산조각이 나서 그게 무엇이었는지 조차 알 수가 없는데

그래도 소중히 움켜쥐고 있던 가장 안쪽의 그 무엇인가는
아주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제 또 내 것도 아닌 것 같긴 하지만
원래 처음의 그것과 아주 다르지는 않을텐데 내 것이 아니지만 내 것이긴 할텐데 아직
크게 두 조각이 나고 세 조각이 나서 이리 튀어버리고 저리 튀어버린 조각조각들을
다 잡을 수가 없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언젠가부터 그냥 손 놓아버린 것도 같고
어쨌거나 그래도 남은 것들로 뭔가 하려고 했던 것 같긴 한데 그것도 딱히 확실하지는 않고
뭔가 하려고 할 때마다 그게 무엇이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간절하게 소리질러보긴 했다만 네가 듣기를 원했다만 네가 알아들을 거라 기대했다만
사실 너는 듣지 않는다는 걸, 너는 들어도 이해못한다는 걸,
너는 들을 생각도 이해할 생각도 없고 애초에 그걸 몰랐던 것도 아니고
생각해보면 그냥 그것밖에 할 수 없어서긴 했다만
그것이 어찌보면 또 간절하고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서 그래서 그러긴 했다만

할 말이라고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는 말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로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습관이 된듯도 하고
가끔 그나마 하는 말조차 딱히 듣는 사람도 없는데 나 자신도 귀담아 듣지는 않아서
말할 줄을 모르게 된 건지 들을 줄을 모르게 된 건지
내가 이상해진 건지 원래 이상했던 건지 아니면 네가 이상해진 건지 네가 이상했던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데 사실 누가 이상해진 건지 누가 이상했던 건지 알아도
이제사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이제사 하고싶은 것도 없고 어찌 되든 그냥 그뿐이니까

없는 할 말을 억지로 쥐어짜내면 그나마 손에 남은 것들이 고스란히 뭉쳐져
남는 것이 조금이나마 있지 않을까 했건만 남은 것마저 뭉그러지고 녹아내려져
한숨으로 토해내져 마냥 흩어지는데 나도 모르게 몰라 아 이젠 정말 몰라라는
말 말고는 할 줄을 모르겠는데 그 모른다는 말을 언제부터 반복했는지도 모르겠고
대체 언제까지 반복하게 될지도 모르겠고 그것 말고 할 말은 정말 없는 건지도 모르겠고
대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내가 왜 이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제 정말 남은 말도 없는데 어차피 듣는 사람도 없는데 왜 아직 할말이 남은 것 같은지는
더더욱 모르겠다만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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