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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일요일 오후 세 시

감정과 불안,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현실과는 도통 이어지지 않는 생각들로 가득하던 삶이
어느샌가 현실 그 자체로 채워졌다.
나는 여전히 붕 떠있는 채 땅에 발을 딛지 못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현실과 괴리된 채 부유하는 그런 느낌은 아니다.
차라리 찌를듯한 고통과 숨막히는 불안에서 벗어난 즉시
더이상 내가 나 자신이 아니게 되면서 느끼는 그런 유리감에서 오는 부유라 하겠다.

어떻게 되겠지...하고 생각없이 모든 것을 제껴버림은
예전보다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 삶에 대한 믿음이 생긴 덕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내가 나의 순간순간을 예전처럼 소중히 부둥켜 안고
어떻게든 나아가려 바둥거릴 생각이 이제는 더이상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내 삶에 대한 애정을 잃었고, 소중히 여기는 감정을 잃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이상 불안해 하지 않을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든 더 높이 올라가고자 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정말 바보같은 짓만 하지 않으면 나는 꽤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터무니없이 고결한 이상주의에 끌려다니거나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서글픈 욕망을 품지만 않으면 이 삶은 정말 살만하다.
그러니까 적어도 타인의 판결 앞에 놓이게 되면 정말이지 불평할 거리라곤 단 하나도 없다.

그러나 잃어버린 욕망은 다른 무엇보다 나를 두렵게 한다.
더 나은 인간이, 더 고결한 인간이 되고자 하던 그때의 욕심은
내가 가질 수 없는 것들에 허덕이고, 내가 잃어버린 것들에 눈물 흘릴 수 있던,
이제는 투명한 칸막이 뒤에 놓여 있는 시간들을 - 시간이 더 흐르면 나는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내가 오래도록 지켜온 것들이 - 지금은 내가 여전히 갖고 있는지
잃어버린 건지 아니면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
예전처럼 숨막히게 겨우 바둥켜 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평화롭게
놓여 있기를 그토록 바랐던 것인지도, 나는 그것만을 원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왜 항상 그토록 불안에 떨던 시절이
아무 것도 갖지 못하고 상실감에 허덕이던 그 시절이
힘겹게 두 다리에 추를 달고 내리앉은 이 현실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는 걸까.

가끔은 혼자 있고 싶다.
이 말을 하는 것이 왜 이토록 힘겨운 건지.

지현	시간을 잊게해주는 마법. 그 소설이 이제사 참 좋다는 말을 하려고 오랜만에 더듬더듬 찾아왔어. 슬프다. 그치만 슬퍼하지말자ㅎㅎ 더 나은 삶일지도몰라. 그때의 생각과 감성은 나를 힘들게하니까.		2012/06/24
Martin	Fell out of bed feeling down. This has brhigtened my day!		201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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