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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A-647

드디어 647기의 제대 회식.
우리 중대로서는 4개월만이고,
나로서는 다음 달에 지민이, 그 다음 달에 지훈이가
제대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감할 수 있었던 기회.

마지막까지 고생했던 인엽이와 간혹 어이없는 사고에 휘말렸지만
항상 착하고 밝고 나를 좋아해줬던 성태 그리고 누구보다도
고마웠던 준봉이가 함께했다
(스물두 살 먹은 애기 아빠 상원이도 함께 제대한다).

내가 처음 부대에 와 운영실에서 자리도 없이 난감해할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깍듯이 대해준 준봉이에게 너무나 고맙다.
동갑인 상사에게, 아무 것도 몰랐던 신임 소위에게 예의를
지켜준 준봉이는 여태까지 개인적으로 잘해주고 싶었지만
사실은 내가 먼저 어려워 챙겨주기가 어려웠다.
그만큼 친해지지 못해 아쉽지만 정말 진심으로 많이 배웠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인엽이. 내가 해준 소개팅이 잘 되지 않아 아쉽지만,
내게 소개팅을 해주겠다는 미덥지 않은 약속 따위와 상관없이
너무나 착하고, 마지막에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해 했던
내 마음을 알아줘서 너무나 고맙다.

마지막으로 성태. 매번, 그리고 특히 오늘
내게 고맙다는 말을 여러번 해주어 나 또한 고맙다.
내가 아끼는 마음을 알고 있다고 알려줘서 진심으로 고맙다.
나를 생각해서 몇 번이나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나한테 잘하라고
후임들에게 계속 강조했다는 그 말이 진심이라 믿는다.

준봉이 말처럼, 내 평소 생각처럼 누군가는 악역을 맡아야만 하고
누군가는 선한 역을 맡아야만 할 뿐이다. 나는 운이 좋아서
좋은 사람들 속에서 선한 역을 맡고 있지만 그것이 내가 정말
착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성태에게도 말했지만 나는 내가 마음으로 아낄 때 그 마음을
우습게 여기지 않고 내게 성의있게 대해주는 병사들에게 참 고맙다.

내가 쏟았던 애정이, 내가 쏟고 있는 애정이 사실은 정선씨에게
쏟았어야 할 애정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시 시간을 돌릴 수 있더라도 나는 아마 후회하지 않으리라.
내가 쏟은 애정만큼을 알아주고, 고맙다는 말과 미소로
내가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돌려준 사람들에 대해 그 어떤 후회도 없으리라.
아쉬운 건 두 가지의 역할 모두 잘할 수도 있었을 거란 것 뿐.

몇 달만에 제대자가 나와서인지 기분이 참 묘하다.
내가 누군가 잃은 대신 얻은 사람들이 참 소중하고 감사한 사람들이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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