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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nightmare

어제 아침 정선씨 꿈을 꿨다.
나는 정선씨에게 미안하다 재차 말하며 비굴하게 웃었고
정선씨는 언젠가 지었던 그 웃음 그대로를 지어 보이며 날 밀어냈다.
정선씨 어머님은 내게 네가 저주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화를 내셨고 나는 그저 멍하니 듣고 있었다.
장소를 바꿔가며 끝도 없이 반복되던 나의 간청은 무시당했고
꿈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기분이 별로였다.
미안하다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었는데 왜 꿈에서까지 또.

부대에 가 메일을 열어보니 영준이에게서 편지가 와 있었다.
청첩장이었다. 사귄 지 1년만에 결혼.
2년이나 쫓아다녔었다고 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자네는 스물일곱 아니던가 김영준 군.
정선씨도 알고 있는 김영준 군과 이은회 양. 행복하게 사세요.

그렇게그렇게 기분이 별로인 오전이었다.
점심을 먹다가 성학이와 임영택 소위를 만났고
오랜만에 BX에 같이 가자고 했다.
갑자기 실장님이 커피 한 잔 마시자고 해서 실장님의 연애 고민인지
자랑인지 모를 말씀들을 듣다가 시간이 되어
BX에 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대대쪽을로 걸어오는데
의무대 쪽에 우리 대대 부사관들이 있었다.
웬일인가 했지만 그냥 지나쳐 대대로 돌아왔다.

잠에서 깨어날 때부터 싫었다.
내가 애써 증오로 덮어가던 애정이었고, 그 증오의 이면에 있는 것은
항상 같은 크기만큼의 미안함이란 것을 꿈에서 알았기 때문이었고
인정하기 싫지만 행복해보이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내가 왜 같잖은
의무감에 시달리며 삶을 허비하는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말 악몽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의무대 앞에 부사관들이 있었던 까닭을 알았을 때 오전의 내 감정들이
헛되고 헛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매 주 월요일 아침 언제나 그랬듯 어제 아침도
지하철 역 앞에 있는 잡지를 달라던 주임원사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의사는 실질적 사망선고를 내렸다.
어제 아침, 모든 것이 같았고 또 달랐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도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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