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순수의 환상을 품고 있었소. 우리는 자기가 갈망하지 앟는 것을
경멸하는 동안 자기가 순수하다고 믿는 것을, 자주 그렇다는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
p44.
나는 그 뒤로 이 평온을, 사건의 문턱에서 잠이 들어 있는 바로 그 상태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소. 우리는 마음이 차분하다고 믿는데,
아마 우리도 모르는 새에 무엇인가가 이미 마음속에서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차분한 것이리다.
p55.
악덕은 내게 있어서 습관적으로 짓는 죄를 의미했소.
나는 딱 한 번만 죄를 짓는 것이 죄를 절대 짖지 않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소. 나의 실수를 상황의 결과로서
설명하고 다시는 그러한 상황에 빠져들지 않으리라 스스로 다짐하면서,
나는 그 실수를, 이를테면 나 자신과 분리시켜서, 하나의 우발적인
일로만 간주했던 것이오. 여보 당신에게 모두 다 말해야겠소.
그 실수를 다시는 범하지 않겠노라 맹세한 뒤로 나는 그것을 한번
맛본 것을 조금 덜 후회했다오.
p62.
나는 그 날 되살아난 것에 놀란 내 육체에 의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두번째로 실감했소. 당신은 나의 첫번째 실감이 언제인지 알고 있소.
첫번째와 마찬가지로 나는 울음을 터트렸소. 행복이나 감사가 아니었소.
삶이 그렇게 단순한 것에, 우리가 삶을 받아들일 정도로만 우리 자신이
단순하다면 삶은 무척 쉬우리라는 생각에 울었소.
p92.
그들은 자기네가 정상이라고 믿었던 것인데, 아마 자기네의 악습이
아주 흔했던 까닭일 거요. 그렇지만 내가 그들을 나보다 훨신 나은
사람들이라 판정할 수 있었겠소? 자기 자신에게만 귀착되는 쾌락만을,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아이를 원치 않는 쾌락만을 추구하는 그들이 말이오.
끝내 내 유일한 잘못은(그보다는 내 유일한 불행은) 모든 사람보다
가장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다만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점이라고
자부하기에 이르렀소.
p121.
...가장 은밀하고 가장 깊이 감추어논 내 과거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내가 유감스럽게 여긴 것은 내 실수들이 아니라 내가 거부했던
가능한 기쁨의 기회들이었소. 너무나 자주 무너진 것이 아니라
너무나 오래 너무나 힘껏 방어했던 것이었소.
p131.
나는 당신에게 삶이 항의를 하려들 무분별한 계약을 했었소.
깊이 사죄하오. 당신을 떠나가서가 아니라 너무나 오래 곁에
있었던 것에 대해서.
p136.
본능이 갈구하는 쾌락의 성격과 관습이 요구하는 그 범위 안에서
끝없는 투쟁과 자기기만 그리고 포기와 번민을 일삼는
모든 가련한 영혼과 나 자신 그리고 유르스나르를 위하여.
다시 읽기를 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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