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시도만에, 거의 두 달여만에 읽어낸 마의 산.
하루키 덕에 관심을 가졌으나 이 책 첫 부분의 기차여행
묘사에서부터 헤르만 헤세스러운 설교를 예감하고
미리 버거운 기분이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정말 헤르만 헤세와 비슷한 수준의 설교자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조금 나은 점은
토마스 만이 독자와 끝없이 대화를 나눈다는 점에 있겠다.
한스 카스토르프와 세템브리니에게서 모두 나와 닮은
점을 발견한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여러가지 유형의 인물들이 있으면 그 유형의 특성 혹은
그 인물의 성격에서 자신과 닮은 점을 찾아낼 수 있기 마련이다.
인간은 정형화된 존재가 아니며 작가가 그 어떠한 인간을 그려낸다
하여도 그 인간은 누군가와 닮은 구석이 있고 우리는 수많은
특성을 수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라는 '상실의 시대'
첫 부분의 선언은 결국 토마스 만의 말을 빌려온 것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았다.
토마스 만은 죽음이 인간의 삶의 일부이며 그것을 무시할 필요도
추앙할 필요도 없음을 말한다.
그러나 그가 무엇보다 주장하는 것은 그런 깨달음들을 얻어가는
한스 카스토르프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는 우리의 나아갈 방향이다.
그 어떤 극단도 해답이 아니며 우리는 그 사이 혹은 그 너머의
차원에 존재하는 더 높은 단계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
머리가 아파서인지 아니면 너무 오랜 기간에 걸쳐 읽었기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내가 정말 미쳤기 때문인지 많은 말이 생각나지도 않고
정리가 되지도 않는다.
단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것은
대립의 사이 지점이 아니라 대립 너머의 지점이라는 것이다.
그래,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너무 오래 걸렸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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