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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Giverny

Homepage		http://everever.net/utopia

Subject		[re] [스크랩] 강의석 “박태환 너도 군대 가”

의석아, 형도 너한테 반말 할게.
군대가 없어지면 참 좋겠는데 말이지...
그게 전 인류의 동시 각성이라는 나의 트로츠키주의적 망상보다
현실성이 없다는 건 알고 있니?
(물론 어디까지나 방법론에 대한 동조이지 난 공산주의자는 아니야)
이대호 선수가 4강에 더 긴장했다고 말했다면 그건 좀 실망스럽긴 하지만
그건 하기 싫은 것과 해야하는 것의 구분을 네멋대로 지워버리고
말하고 있는 것 아니니?
남의 말을 그렇게 곡해하는 즐거움은 나도 잘 알고 있지만
좀 치사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니?

나는 병역혜택을 늘렸으면 좋겠어.
하고 싶은 일을 더 잘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은 좋다고 봐.
물론 네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게 아니겠지.
근데 나는 하고 싶은 일을 더 잘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군복무를 하고 있어.
물론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 나는 뭔가 더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기회를 지켜나가기 위해 군복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뻐.
그리고 지금이 무슨 삼국시대니. 태권도 잘 한다고 전투력이 올라가게.

자신이 믿는 신념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멋지다고 생각해.
내 선배 중에도 너와 같은 생각으로 실천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만 솔직히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없구나.
조금 더 솔직히 말해 너의 신념이 과연 순수한 신념 그 자체인지
모르겠다. 물론 순수한 신념 따위의 존재가 더 의심스럽긴 하다만.
어쨌거나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너의 신념이란 것은
존중하고 싶지만 앞으로는 네 신념을 설파하기 위해
타인의 말을 네 마음대로 곡해하지 말고 모르는 사람에게
그렇게 반말을 막 하지도 말아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씀으로 인해 나도 똑같은 잘못을 범하고 있어 부끄럽다만
나는 이런 한심한 짓이 이번이 마지막이라 약속하마.
아무튼 간에 한 번쯤 생각했으면 좋겠다.
나의 트로츠키주의적 망상이 네 의견보다는 훨씬
현실성이 있다는 걸 말이야. 적어도 짜잔-하면 끝나는 거니까
모순은 없지 않겠니. 심심하면 마르크스 그만 읽고
아서 클라크 소설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형도 군대가 없어졌으면 참 좋겠다.
형도 모든 인간이 네 생각대로 되어 선한 귀결을 맞이하면 좋겠다
...만 참 꿈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