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고클 염준원님의 글
음악을 들어오면서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야기들을 풀어놓을까 합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장르를 안가리고 음악을 들으신답니다. 클래식, 가요, 팝, 경음악,트로트등 다양하시죠. 그런데 참 특이한 건 형제들은 듣는 장르가 각각 다르다는 겁니다. 남동생은 뉴에이지,메탈,팝 순으로 여동생은 메탈,가요,팝 순으로 저는 클래식,뉴에이지,팝 순으로 많이 듣습니다. 중고등학교땐 클래식 음악을 너무 좋아했던 나머지 동생들에게 들어보라고 강요아닌 강요를 한 적도 있었고, 서로 자기의 음악이 더 좋다고 말싸움도 했었죠. 약 8~9년 전에 동아리에서 일렉기타를 연주하던 남동생이 군대에 있을 때 휴가를 나와선 뜬금없이
"형 클래식 테잎 좋은 거 있으면 하나 주라"
"음.... 그래"
그땐 학생이라 3800원하던 테잎도 상당히 부담스럽게 샀었지만,
속으로는 흐뭇해하며 가장 아끼던 테잎을 하나 골라주었죠.
빌헬름 켐프의 베토벤 소나타 8,14,23번이었답니다.
"형, 잘 들을께~ ^^"라는 말을 남기고 순천으로 갔던 남동생이
몇 달 뒤에 다시 휴가를 나왔죠..
"형이 준 음악 너무 좋다. 몇 달 내내 들었어..."
"...... 어... 그래..."
그 순간 말문이 막힐 정도로 기쁘더군요.
나는 너무 좋은데 다른 사람들도 이런 감동을 알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순수한 생각으로 다가가서 타인의 의식과 감성에 나의 느낌을 전하려면 자연스러움과 기다림이 있어야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열람실에서 아침에 잠깐 KBS 1FM을 들을 때 였습니다..
때는 따스한 4월이었죠.
아나운서가 어떤 여학생의 사연을 읽어주고 있었습니다.
"수업이 있어서 강의실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학교 방송에서 클래식 음악이 들렸어요. 순간 그 자리에 멈춰서서
그 음악에 귀를 기울였답니다..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나는거에요...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 앉아서 1시간동안 울고말았습니다.
결국 수업은 못 들어갔죠...
나중에 안 것이지만 그 음악은 헨델의 사라방드였어요."
무엇때문이었을까... 평소엔 무심코 들리던 음악이 그땐 그녀의 마음과 하나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찰나의 깨달음같은 것은 아니었을까요...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모를 때 무심코 들은 음악이 내 마음을 표현해주고, 그로 인해 막혔던 마음이 세상과 소통되는 느낌, 그리고 친구처럼 마음의 위안을 주며 무심결에 잃었던 열정을 되살려주고 가슴 벅찬 감동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을 분명하게 손가락으로 가르켜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게 된 것에 감사하게 됩니다.
지금 나의 여친은 행성의 목성(Jupiter)를 무척 좋아합니다.
음반을 사면서 덤으로 받은 샘플음반을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선물로 줬었죠.
당시 처음 만나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였지만,.... 그 음반의 내지 설명(한글이 이리 고마울수가)과 아는 음악지식을 총 동원해서 꿋꿋이 얘기를 했죠...
"졸려요...." 그녀의 반응이었습니다..
"아.. 네 ^^;;;;;;;;;;;;;;;;"
그런데 몇 개월 뒤에 전화를 해서는
"와, 주신 음악 너무 좋아요" 하는 겁니다.
아직은 제목에는 관심이 없던 터라 준 CD의 마지막곡이 너무나 좋다는 거였습니다.
"아... 네, 홀스트의 행성 중에서 목성이라는 곡입니다.. ^^
홀스트는 작곡가구요.. 이 사람이 행성이라는 곡을 작곡했는데 그 중에 목성이랍니다... "
"아 네 그렇군요..."
"네, 홀스트의 행성 중 목성"
" ^^ "
며칠 뒤에 그녀의 교회에서 꽤 음악을 많이 알던 분이 이 곡을 착각으로 잘못 말하셨다더군요.
그녀가... "어, 이거 홀스트의 행성 중 목성인데요 ^^;;; " 라고 했답니다..
그 이후로 음악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언젠가 음반점에 같이 가서 제가 그랬죠..
"저의 소원은 '저 이 음반 사줄래요?'라는 말을 듣는 거에요"
아직은 제가 좋아하는 걸 선물하지만 언젠간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나에게도 들려주는 날이 올거라 생각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눈오는 봄..... 감기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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