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님의 중편 소설.
나는 끝까지 뭔가 반전이 있을 거라고, 내가 생각한 그것이
반전이 맞을 것이라고 99% 확신하고 있었더랬다.
뭔가 너무나 무미건조하고 담담해서 뭔가 더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더랬다.
그러나 소설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쉽게 끝이난다.
내가 기대했던, 내가 알고있는 스티븐 킹의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운 분위기, 뛰어난 몰입력이 이 소설에는 부재한다.
물론 좋게 말하면 이 소설은 사회란 것을 비판하며 그 사회란
것의 두려움에 대해 말하고 있고 그것에 공포를 느끼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미저리나 샤이닝 같은
소설들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럽게 몰입되는, 그래서 빠져나갈 수도
없고 온몸이 떨릴 정도로 두렵지만 동시에 너무나 매혹적인
그런 공포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위에 언급한 작품들의 주인공들은 서서히 악의 힘에 빠져들고
독자는 그것을 관찰하는 동시에 주인공들과 함께 그 악에
포위되고 전율하고 두려워하게 된다. 그러나 캐리에서 주인공은
악하지 않고 매혹적 공포에 빠져들지도 않는다.
직접적으로 두렵다고 할 만한 상황은 없다. 그저 회고록이나
연구서, 리포트 형식으로 담담하게 서술되는 글들을 통해
캐리가 처했던 상황을 하나씩 알아가게 될 뿐이다.
그런데 그 상황이란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상황이고
사실 우리가 매일매일 서로에게 자행하고 있는 아주 흔하디 흔한
그런 악이다. 그러니까 캐리에서 공포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소설의 형식보다는 캐리에서 악으로 설정된 것이 너무나 익숙한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결국 스티븐 킹 본연의 매력은 느껴지지 않고
너무나 덤덤한 내용이 되어버린 것은 결국 이 작품이
실패작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물론 작가는 나름의
생각이 있었을 것이고 본인은 이 작품이 전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작가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
작가가 우리에게 느끼고 싶어하는 그 점으로부터 우리가 공포를
느끼고 스스로 부끄러워하게 되기를 노렸던 것이었다면
이 작품은 완전히 실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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