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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e 님께서 남기신 글

네 이야기

언제부터 우리가 서로를 '시시한' 존재로 파악하기 시작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원한을 오래 기억하는 나쁜 습성을 가진 나마저도 별다른 이유를 찾아내
지 못한 것을 보면 아마도 특별한 계기도 없이, 자연스럽게 - 물이 흐르듯
그렇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여기에 대한 김현우의
생각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그의 성격상 별다른 저항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에 집착하지는 않을 듯 하므로 과감히 간과하기로 한다.
(나의 착각일까?)

우리는 자연스럽게 남이 되었고 이 사건에 대해 서로 어떤 아쉬움도 나타
내지 않았다. 그런데 왜 난 이제 와서 이 게시판에 이런 글을 쓰고 있을까?
바로 사실 나는 김현우를 알게 된 이후로 그를 잊은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
이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 대부분이지만 적어도 전화를 자주 씹
는다거나(나는 아직도 그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고, 심드렁한 목소리를
가장해 그의 생일을 축하할 만큼의 여유를 간직하고 있었다. 작년까지는)
별다른 상의나 양해 없이 내 홈페이지의 게시판을 통채로 날려버리는 그의
행위(홈페이지 용량을 문제삼았다면 사진 게시판만 없애도 충분했으리라.)
를 기억할만큼 나는 그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을 항상 유지해왔다. 아무리
사소한 인연일지라도 나는 쉽게 이유없이 포기해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어쩌라고?

어찌되었건 나는 그보다 덜 나쁜 놈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가끔가다(정말 가끔가다) 타인의 게시판에 묻어 있는 그의 흔적에 이유없는
불쾌감을 느끼며 당혹하기도 하고 - 나는 왜 이 사람을 싫어하게 되었을까?
하는 알 수 없는 고민에 사로잡히기도 하는 나는, 뭔가 자신 혼자 고통받고
있다는 생각에 억울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밝은 정신의 소유자인 내가(이름에도 明자가 들어간다!) 어째서 김현우를
보면 이유없이 기분이 언짢아지고, 심지어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에 나오
는 인물들처럼 이렇게 (어떤 의미에서 비겁한) 독백을 늘어놓고 있는 것일
까? 나는 사실 그것이 대단히 궁금한 것이다.

요는, 그래서 나는 다시 김현우를 만나봐야 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너를 직접 만나봐야 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상.

현우

경기도 두메산골에 쳐박혀서 몰래 글을 쓰는 관계로 짧게 나마 답변하자면
게시판 용량은 사진 때문이 아니라, 게시판 개수의 문제였고,
(게시판 하나 만들면 용량이 엄청나다) 그래서 당시 비운영중이던 홈, 내 홈에서 잘 안쓰던 게시판, 에버에버 사진 등등도 다 날아갔었고(지금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일단 내 기억에는 백업을 해두었으나 (안해둔 게시판은 없었으니까 일단은) 현재 상태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다. 그 때는 나도 솔직히 나 혼자 백업하고 다시 올리고 짜증이 나 미쳐갔으니까. 이 문제에 대한 변명만 이 정도 해두고 나머지 문제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합시다. 미안.

200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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