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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별

별빛은 무한한 거리를 - 영원히 - 여행할 수 있지만
짙은 슬픔에 가로막혀(아아- 그래 신파야 신파...)
나의 창가까지 이르지 못한다.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여전히 삐걱거리는 창문을 열고
손을 내뻗어 보지만 그 무엇도 닿지 않아(그래, 결코...)

빛은 질량을 잃은 대가로 무한한 거리를 영원히 여행할 수 있게 되었지만
내가 손만 내저어도 흩어질 그 대기에 막혀
생명의 대가로 이렇게 무거운 몸과 무거운 마음을 지닌 내게로 오지 못한다.
나는 날아오를 수 없지만 그것이 지구 위의 생명체로서 나의 존재의 조건이고
나는 창문 너머로 달려갈 수 없지만 그것이 인간으로서 나의 존재의 조건이며
어쩌면
나는 결코 - 영원히 - 행복할 수 없겠지만
어쩌면
그것이 나의 조건이다. 나라는 존재의 존재의 조건이다.

누가 더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하리라.
다만 내가 아는 것은, 내가 분명히 아는 하나는
언젠가의 일들이 기억으로 남았던 것처럼
또 언젠가의 일들은 아픔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나의 하루하루가, 나의 순간순간이 기억의 모습을 지녔는지
아픔의 모습을 지녔는지 아니면 너무도 허무하게 무화될는지
나는 모른다. 지금의 나는 모른다. 그것은 아주 오랜 후의 나에게
물을 일이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지 않다. 모두 잊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모두 잊고 그 간절함만이 남아서 대체 무엇이 그토록 간절한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허무한 망각의 그 언젠가만을 소망한다.

지난 몇 달간 참 생각없이 살았다.
참 책도 읽지 않았고 참 쉽게도 살았다.
그리고 아주 오래 전부터 억지로 붙잡고 늘어지곤 했던,
내가 결코 잃고 싶지 않아했으나 결국은 잃게 될 것을 알았던
그 모습마저도 녹아내려 형상을 잃었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생각했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고.
정말 터무니 없이 어렵다고.

나는 잃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대신
잃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언가 쫓고 싶었다.

돈 쥬앙은 지옥에서 권태를 느꼈던 것이 아니라 권태를 느꼈기에
그곳을 지옥으로 인식했던 것은 아닐까.
모르겠다.
돈 쥬앙은 결코 이해받지 못했다.
그는 단지 홀로 천국으로 향했을 뿐이다.
이루어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그곳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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