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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발푸르기스의 밤

매년 대주교가 죽은 그 날마다 마녀들이 브로켄 상 정상에 모인다.
발푸르기스의 밤. 그 날은 마녀들의 축제의 밤.

정의는 죽었다. 우리는 매일 밤 축제를 연다.
우리가 작은 사치라 믿으며 내지르는 작은 욕망 하나하나가
그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부질없는 환상이다.
오늘 아이 하나가 죽었다. 너무도 흔한 일이어서 새삼 놀랍지도 않다.
아무도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축제를 벌이는 이들은 그 죽음을 외면한다. 혹은 애써 외면한다.
그런 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자들은 조용히 죽어간다.
아니, 끝없이 신음하고 눈물 흘리고 혹은 피를 토하며 죽어간다.
그러나 축제의 소음에 묻혀 마녀들에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우리의 작은 욕망들과 비겁함과 애써 외면하고자 하는 같은 심리가
더럽게 공모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들의 단말마의 비명을
듣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귀를 닫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소박한
행복을 방해하는 그 소음을 외면하기 위해 귀 위에 올려 놓은 손에
대해 서로 비난하지 않는다.

생명의 무게는 같지 않다. 수천 수만 명이 죽어가는 이 순간에,
축제를 벌이는 마녀들로서는 한번도 생각지 못한 비루한 죽음이,
굶주림과 최소한의 위생마저 주어지지 않은 환경 탓에 죽음이
그토록 흔한 것이 된 먼 이국의 고통은 아주 작은 것이다.
검은 대륙의 수천 수만의 죽음은 너무도 흔하고 당연한 것이어서
마녀들의 작은 지루함이나 소소한 여흥만큼의 무게도 지니지 못한다.

욕망과 환락의 밤.
아주 작은 행복 혹은 아주 작은 욕망이 채워지는 밤.
그 모든 밤들이 그들에겐 지옥이었다.
마음 껏 마시고 소리지르고 춤추던 그 밤들이 누군가에겐
굶주리고 추위에 떨며 온몸을 감싼 세균과 사투할 수밖에 없던
그런 지옥같은 밤이었다.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어디서 균형을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답은 내가 정하는 것이겠지만
(내가 아주 더러운 해답을 제시할지라도 그것이 정답이 될 수밖에
없는, 그것이 부끄럽지 않은 더러운 삶이고 더러운 세상이지만)
어떤 답을 내놓을지라도 그건 부족한 답일 것이다.
내 생각보다도 훨씬 많이 타협한 후일 것이다.

외롭기에는 생각해야할 것이, 해야할 일들이 너무나 많은데
이 모든 것들을 혼자 생각하고 나아가기에는 너무 외롭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외로움이 전혀 다르다는 것 뿐.

지금 이 순간도 나는 양손에 이름모를 누군가의 손을 잡고
원무를 추고 있다. 너무나 추악하고 수치스런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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