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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화일 1 :	중국_중앙은행인_인민은행이_시장의_수요와_공급을_기초로_환율을_조정하는_관리변동환율제를_적용할_것이라고_밝혔다.hwp (32.0 KB) Download : 52

화일 2 :	위안화_절상.hwp (11.5 KB) Download : 53

처음부터 없었던 날들

어지러운 머리를 간신히 얹고 있는 몸이 흐느적흐느적
거실 탁자 옆을 지나치다가 엽서 하나를 발견한다.
왜 그곳에 있는지 모를 엽서 뒤에는 초록색 펜으로 쓰여진
글들이 빼곡히 남아있다.

요즘 그림 그리기에 빠지신 어머니는 내 서랍들을 뒤져 그 엽서를
찾아내셨을 뿐이고, 눈이 나쁘셔서 그 뒤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는
읽어볼 생각도 않으셨기에 그 엽서가 아들이 4년 전에 여자친구로부터
받았던 편지라는 건 상상도 못하셨단다.

찬찬히 읽어보니 그런 엽서를 받았던 것 같다.
조근조근 적혀 있는 말들을 읽어 내려가며 코웃음을 친다.
네가 적은 것 반에 반만 진심이었어도 지금 너랑 같이 있었을 걸...하고.
그 엽서가 왜 아직도 남아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굳이 정리하는 것도 귀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예전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예전처럼 거기에 빠져 사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너무나 자주 과거를 더듬어 올라가는 것 아닌가 싶다.
좋았던 기억들, 내가 예쁘게 채색한 기억들과 절연하면
현재를 더 힘껏 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어쩌면 조금은 그랬던듯도 하지만 결국 다른 기억에 또 매달린다.
1년 전으로 혹은 3주 전으로...

누군가 소원을 하나 말해보라고 하면
가르쳐주세요.
무엇을 가르쳐줘야 하냐고 묻는다면
내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가르쳐 주세요.
로크 섬에서 처음 배우는 것은 '해야하는 것을 해라'.
그리고 마지막 가르침 역시 '해야하는 것을 해라.'
그 사이에 배우는 것들은 무엇을 해야하는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안다면 그것을 할텐데.
무엇을 배워야하는지 안다면 그걸 배울텐데.
누굴 사랑해야 하는지 안다면 그리할텐데.
그저 누굴 그리워해야 하는지라도 안다면 그리워할텐데.
아무 것도 모른다면 무엇이라도 하는 나였으면 좋았을텐데.

그러나 내가 기다리는 건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이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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