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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깨질 것 같다.
오늘 쓰잘데 없이 또 사해동포주의를 외치고는
남좋은 일에 매진. 마치 '나는 걱정없어'라고 말하는 듯.
(내가 좋아하는 표현대로라면 '근거없는 자신감')
물론 머리가 아픈 건 사해동포주의에 철저하게 입각해
행했던 내 행동 때문은 아니다.
(아무튼 이거 그만 둬야겠다)
팔에 힘을 빼고 왼쪽 팔은 앞으로 오른팔은 뒤로
오른쪽 무릎을 허리까지 들어 올리고
다시 발을 디딜 때 왼쪽 무릎을 올려요. 힘차게.
아니 그냥 힘차게 말고 아주 힘차게.
표정도 신경 써서 방긋 웃고.
두 주먹도 꼭 쥐고 목에도 힘을 줘, 뒤돌아 보지 않게.
일단은 앞으로 나가라도 그러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그딴 것 필요 없어.
한 걸음 옮기면 되는 걸 왜 세 걸음이나 옮겨.
꽤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서로를 좋아할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해 하고 있다.
오늘도 집에 들어오는 길에 꼭 껴안고 지나가는 연인을 바라보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걸까 짙은 의심의 눈초리를 던졌다.
그나마 요즘은 그런 생각보다는 여자 쪽 화장을 지워보고 싶다는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만 역시나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결혼한 사람들이 존경스러워질 때도 있다.
역시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야겠어...
라는 농담으로 끝내기에는 정말 너무도 신기해서 가끔은 내가
어린애가 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사고쳐서 결혼하는
사람들은 이해가 쉽기 때문에 아주 고맙다.
그러고보니 난 언제나 내 주변에 누군가 그래주기를 바라고 있는 듯.
물론 순전히 나의 재미를 위하여. 유력한 후보들이 몇몇 있기는 하다.
부탁해요! 나...결혼식이 가고 싶어..당신들의 인생 따위는 몰라-_-)
마치 로또가 되면 어떻게 돈을 쓸까 혼자 상상하다가
정말로 내가 당첨된 것 같은 기분에 혼자 난감해하는 것마냥
두려워하고 있다. 뭐가 뭐였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나.
이슬이 전화가 왔다. 고2인지 고3인지도 헷갈리는 무성의한
후원자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일이다. 이 아이가 사회로 나가면
나는 그냥 잊어버리지 않을까. 무섭다, 나란 인간은 이렇게
무책임하구나. 화섭 선생님께 3월부터 보육원 나간다고 한 말도
보나마나 개뻥이 될듯. 물론 착했을 때의 나, 혹은 착한 척 하고
싶었을 때의 나 자신의 기준을 지금의 나에게 적용하면 안 되겠지만
어떤 의미에서든 한심하기는 매일반.
끈을 놓아버린 건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단지 무책임해서였음을
이제 인정해야겠다.
어떤 종류의 일에는 머리 쓰는 것을 정말 싫어했는데,
그런 일들에서 머리를 써야 한다면 차라리 아무 것도 얻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머리를 쓰고 있다.
그것도 언젠가부터 잘 돌아가지도 않는 머리를 아주 열심히.
물론 머리를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고고한 척 해봐야 아무 것도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이를 먹는 게 싫어.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것이 싫어.
눈물나게 순진했던 나날들이 그립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해도 그럴 수 있다면 다시 또 그러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 보면 아직 나이를 덜 먹은 것 같기는 하지만.
확실히 보통의 스물여섯은 사랑받는 사위, 사랑받는 매형 따위는
꿈꾸지 않는다-_-
난 대체 어떻게 살아왔길래 그따위 로망을...
새로 산 핸드폰 배경화면에 모네 그림을 넣었다가 변태란 소리를 들었다.
(과에서 있었던 대화에서 논리적 개연성 따위는 따지지 말기로 하자)
그러고 보면 하나에 천착하는 인간을 가장 싫다고 하면서
모네에 유난히 집착하고 있다. 마네 그림과 자주 헷갈리면서도
마네는 싫고 모네는 좋다는 이 이상한 집착, 몰취미.
루빈슈타인과 하이페츠 앨범에는 무조건 호감을 갖고
아쉬케나지나 오이스트라흐 앨범은 무조건 배착하는 집착.
무언가 하나를 좋아하는 것은 단지 다른 것을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인정하기 싫어지는 것은 뭔가 고급스러운 것으로 인식되는
영역에서 더욱 심해진다. 클래식이나 그림의 경우 나 뿐만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특정 예술가에 집착한다.
집착을 버리세요 김현우씨, 그래야 변태 소리 안 듣지
(물론 이런 맥락과는 무관하게 들은 소리지만).
지난 3년은 이미 내가 버텨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3년으로 묶어 생각하고 나면 미쳐버릴 것 같다.
대체 뭘 한 거냐(조의명 엠에센 말투).
행복해질 기회 따위 넘쳐났는데 내가 잡지 않았을 뿐이라는
사실 하나를 위안으로 삼아야겠다(물론 위안 같은 거 안 돼-_-).
오늘 쓸데없는 소리를 실컷 적는 대신 당분간은 쓸데있는 소리만
적기로 나 자신과 적당히 타협하고 글을 썼지만
(타협은 어디까지나 타협이니 내일은 안 이런다는 보장은 없다)
역시나 하고 싶던 말은 접어둔 채 실없는 소리의 나열.
그래도 기분에 덮이지는 않았다.
아, 심란해서 겨우 줄였던 담배가 다시 늘었어.(완전 핑계)
내일부터는 모두가 바라는대로 초단순 초딩일기로 회귀하겠어
(근거없는 소식통에 따르면 곧 결혼한다는 부럽기 그지없는 배지아씨 말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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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장기훈을 때렸는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