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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no answer

과연 우리에게 지켜나갈 가치가 있는 것들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인간이 사랑하는 것도, 먹는 것도, 자는 것도,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치고, 글을 쓰고, 섹스를 하고, 살인을 하는 것도
결국 행복하고자 하는 욕구에의 부응이다.

본능에 의한 것인지, 순간적 충동에 의한 것인지, 어느 정도의
시간을 염두에 두고 결정하는 것인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뿐이고,
각자의 가치관이 어떤 것이고 무엇에 더 만족을 느끼는 지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우리는 그저 행복하고 싶을 뿐이다.
착한 일조차 자신의 초자아나 마음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욕구의 실천일 뿐이고, 나쁜 일 또한 반사회적이고 보통은 순간적이고
충동적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결국 본질은 같다.

우리는 모두 행복하고 싶어 한다.
방향과 방식은 다를지언정 행복을 추구한다.
자신을 내던지는 것도,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도
사실은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이 행복해지는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부도, 봉사활동도 자신의 마음을,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고 누군가의 선한 행위의 가치를 깎아내릴 필요도 없고
누군가의 악한 행위에 면죄부가 주어지지도 않는다.
모두의 행복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암묵적인 것이든
공식적인 것이든 일반적 가치관과 관습, 제도들이 존재하고
행위의 본질이 무엇이든 간에 모든 것은 그 결과가 가치를 결정한다.

사랑하는 일도 행복하기 위함이다.
짝사랑조차도 행복하기 위함이다.
타인의 사랑을 거부하는 것 또한 그렇다.
그렇지만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그것을 따라야 할 것이다.
행복의 의미가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그 길을 따라야 할 것이다.
혼자 사랑하는 일에 지치는 것조차 본인이 행복이라 느끼면
그 길을 따라야 할테고 - 물론 우리는 바보같다고 느끼거나
슬프다고 느끼겠지만 -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
그러니까 어느 순간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나면
그렇게 할테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니까. 행복하기 위해 살아가니까.

언젠가 분명 그럴 수 있을 내가 너무나 역겨워서,
언제나 모든 것이 없었던 일인듯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우리가 싫어서,
행복의 방향으로 움직이며 소중한 것은 하나도 남겨두지 않고
자꾸 나아가는, 자꾸 나아만 가는 인간이란 존재가 미워서
견딜 수가 없다.
나는 이 글을 썼다는 사실조차 잊을테지.
내가 역겹고 싫어하고 미워하는 나, 우리 인간의 모습 그대로
그렇게 살테지.
그 역겨움과 증오는 사랑만큼이나 혼자 짊어져야 하는 것이며
사랑만큼이나 쉽게 잊혀진다. 놀랍고 끔찍하고 슬프게도.
우리는 왜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
나는 왜 인간으로 태어난 걸까?
우리는 왜 이렇게 역겹고 끔찍한 걸까?
응? 응? 대답해봐...

Giverny

나의 유일한 강박관념.

2008/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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