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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Giverny

Homepage		http://everever.net/utopia

Subject		[감상] 우주의 터널

사랑하는 로버트 하이라인 아저씨의 작품.
역시 아저씨 작품은 재미없을리 없다.
그리고 아주 심각하거나 아주 가벼워서 즐겁다.
이 작품은 후자 쪽이다.
그러나 '여름으로 가는 문'만큼 쉽고 가볍고 유쾌하지는 않다.

이 작품은 '파리대왕'이나 '15소년 표류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환경에서 아직 어른이라 말하긴 어려운 연령대의
인간들이 조직을 만들고 그 안에서 겪는 과정들을 서술하고 있다.
정확히 말한다면 두 작품의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가상의 정치체게를 다루는 것을 좋아하는 하인라인 아저씨는
이번에도 하나의 정치체계를 실험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란 것의 위험성,
인간이란 존재가 어떻게 정치적 존재가 됐는지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위의 두 작품과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느낀 가장 큰 이유는 결말 때문일 것이다.
기존의 세계로 돌아오게 됐을 때 주인공은 홀로 남는 쪽을 택한다.
그렇지만 결국은 부모님의 생환을 알게 되고 돌아오게 되는데
이런 결말 때문에 이 작품은 성장소설이 되어버린다. 순식간에.
물론 하인라인의 소설은 가상의 정치체계를 세우고 실험하는
장치라는 나의 편견이 일조한 것도 있다.

요즘에는 이상하게 모든 것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길게 말하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이번에도
주제를 간단하게 요약 정리해본다.
1.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
2. 홀로 버텨낼 수 있더라도 더 소중한 것들이 존재한다.
3. 체계 전체에 대해 명백히 파악할 수 있는 인간은 드물다.
   그렇지 못한 인간이 중심에 설 때에는 모든 것이 어려워지고
   그러한 인간이 중심에 서더라도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자기 이익에서 벗어나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체계'란 것은 유지되기 어렵다.
4. 더군다나 그 체계란 것이 작으면 작을 수록 그러하다.

정리가 잘 안 된다.
기본적으로 이 작품에서 하인라인이 시도하고 있는 것은
-인간은 어째서 사회란 것을 갖게 되었는가
-그 사회는 어떻게 유지되어야 하는가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주제는 하인라인의 내가 읽은 작품들에서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기조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 기조가 유지되면서도 이 작품이 성장소설로
읽힐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의 사회조직의 발전 자체가
하나의 인간사에 비견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하인라인의
조심스런 결론 때문이라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빌어먹을 책이
내가 새벽 4시까지 안 자고 읽을만큼 재밌다는 점이다.
이렇게 꾸준히 재미있는 작품을 써낼 수 있는 인간은
내가 아는 한 로버트 하인라인과 로저 젤라즈니와 히가시노 게이고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