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얼마만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는 책을 읽는 건지 모르겠다.
<다윈의 라디오>의 저주 때문에 책을 읽는데 나흘이나 걸렸다.
페이지도 술술 넘어가고 문장도 좋았는데 이리 오래 걸린 거 보면
역시 <다윈의 라디오>를 탓할 수밖에 없다.
김훈의 문장은 짧고 단정하고 차갑다. 우리 것을 다루면서도
너무 농익게 하지 않아 읽는 사람에게 큰 부담이 없다.
예전 작가들처럼 갑갑하지도 않고, 어떤 젊은 작가처럼
경박하지도 않다. 단아하여 읽다보면 호흡이 가라앉는다.
김훈의 글을 읽다보면 내용보다 문체가 먼저 읽힌다.
이런 문장을 쓰는 작가는 흔치 않다. 특히나 나같이
스토리를 중요시 하는 독자에게 그리 읽히기란 더더욱 어렵다.
그런데 김훈의 문장은 유독 눈에 띈다.
최명길과 김상헌의 모습은 담담히 서술된다.
인조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현명하게 그려져 있다.
그러나 그 어떠한 인물의 마음도 세세히 드러나지는 않고
그져 보여진다. 최명길보다 김상헌이 더 비중이 크나
그 점을 제외하고 조금이나마 작가의 마음이 들어갔다면
영의정 김류의 한심한 작태를 그릴 때 뿐. 그러나 그것도
그저 보여주기 방식으로 서술될 뿐이다.
참으로 책이 담담히 읽힌다. 문장을 짧은데 읽는 이의 호흡이
길어지는 것은 어떤 까닭인지 모르겠다.
간간히 나오는 은유의 과잉...그것만 제외하면 참으로 좋은 글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한줄기 미안한 의심이 드는 것은,
참으로 단아한 문체이지만 기승전결이 다소 아쉽다.
물론 기승전결이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며 건조하게 서술된 글이긴 하나
왠지 아쉬운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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