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물론 번역만 이번에 되었지 작품이 나온 지는 15년이 넘었다.
어쨌거나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에도 사람을 당황시킨다.
실컷 진지한 미스테리에 심취해 있을 찰나, 밝혀진 사건의
진상에 적당히 만족하는 그 순간...이면을 드러낸다.
그런데 고약한 것은 매번 그렇게 이면을 드러내는 동시에
사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한참 미스테리에 집중하던
정신은 혹은 마음은 순식간에 기습타를 맞는다.
왠지 울어야 할 것도 같고,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어야 할 것만 같기도 하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매번 반전에도 감동까지 버무리는 걸까.
그런 것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생각도 다소 들고,
너무 자주 이러면 독자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게 되니
작가든 독자든 서로 곤란하지 않겠는가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그런 곤란한 걱정이 쓸데없는 것이라 말해주는 것이
또 히가시노 게이고다.
초반의 분위기는 왠지 백야행이나 환야를 보는듯해서 다소
실망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중반 이후의 분위기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읽고나서야 제목인 '숙명'이 내가 생각한 그 숙명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느낀 다소간의 놀라움도 좋았다.
중요한 것은...히가시노 게이고는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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