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보여줄게.”
“어떤 마법?”
“슬픈 추억들을 모두 잊게 해주는 마법이야.”
“정말로?”
“응, 난 거짓말 안 하는 거 알잖아.”
“좋아. 믿어줄게. 어떻게 하는건데?”
그는 소주병을 들며 말했다.
“자, 이 병을 들고 잊고 싶은 기억들을 하나하나 말하는거야. 잊고 싶은 기억들을 다 말하고 난 후에는 재빨리 병 입구를 손으로 덮어. 그리고 나서는 잘 흔든 다음에 식초를 넣는거야.”
“왜 식초를 넣어야 해?”
“그래야 실수로 그것들이 다시 쏟아져 나와도 유혹당하지 않거든. 지독한 냄새 때문에 생각할 여유가 없는거지.”
“응.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는데?”
“거기에 참기름을 조금 넣고-녀석들이 기어 올라오지 못하게 말이지-네잎 클로버 하나를 넣고 눈물 한방울을 넣어 봉인을 하는거지. 그리고나서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거야.”
“꼭 식목일이어야만 해?”
“아니. 그냥 식목일에 한번쯤은 나무를 심으러 가보고 파서 해 본 말이야. 아무튼 나무를 심고서는 병에 들은 것들을 그 위에 쏟아부어. 나무는 잘 골라야만 해. 반드시 네 키보다 크게 자라는 것이어야만 해. 병에 들은 걸 다 쏟아부은 후에는 그 자리에서 코를 잡고 열바퀴를 돌아. 시계반대방향이어야만 해. 꼭 기억해둬.”
“그것도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거야?”
“시간을 거꾸로 돌려야만 하는 주문이거든. 나무가 네 키보다 크게 자라면 그 때 너는 오래 전의 끔찍한 기억들을 모두 잊게 되는거야. 나무가 네 기억을 가져가는거지.”
“그게 언제쯤인데?”
“글쎄, 한 십년이나 이십년쯤 걸리지 않을까?”
“뭐야, 그 때쯤이면 너무 늦는걸. 엉터리잖아. 마법이라면 좀 더 신기한 걸 기대하게 된다고.”
“아, 한가지 잊은게 있네. 이것도 절대 잊어서는 안돼.”
“뭔데?”
“나무를 심는 건 비 오는 날이 아닌 맑고 따뜻한 날이어야만 해.”
“왜?”
“감기에 걸리면 안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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