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렇게 건방진 글을 썼었을까 한참을 생각했다.
그때 나는 까뮈 따위는 절대 알지 못할만큼 삶이 힘든
사람들을 생각하며 썼던 것 같다. 이렇게나 건방지게 썼던 것은
나를 비웃기 위함이었던가.
그렇지만 이런 글은 자조하며 조금의 위안을 얻었을 나를 위한 글이지
내가 생각했던 그들에게는 한 치의 위로도 줄 수 없는 너저분한 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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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몇 달 동안 하루에 열여섯시간에서 열여덟시간을잤다
나에게 남은 여섯 시간은 밥 먹고 화장실에 가고
프랑스의 A 모시기 작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으로 채워졌다.
내 매트와 침대 판자 사이에서 나는 오래된 종이 신문 쪼가리를 찾아냈었다.
그것은 천에 거의 붙어있다시피 했고, 노랗고 투명하게 변해있었다.
기사의 첫머리 부분은 잘려나가 있었으나 프랑스의
A 모시기 작가에 대한 것임은 분명했다.
A 모시기 작가의 원주민이란 소설을 어느 멍청이가 패러디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A 모시기가 누구더라. 앙드레 브르통인가? 아니다.
이 사람은 너무 현실적이지 못 해.
알렉상드르 뒤마? 글자 수 맞춰 시나 짓고 있으라지.
아르투르 랭보? 남의 남자 뺏느라 바빴을 걸.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러니까 그냥 알바트로스 꼬냑 정도로 해두자.
너는 앙드레 브르통도, 알렉상드르 뒤마도 모르겠지.
랭보는 들어봤을지도 몰라 . 그리고 그 알바트로스꼬냑씨,
젠장 솔직히 고백해야겠군. 알베르까뮈야.
이렇게 말하면 너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내가 말해줄 때까지 넌 절대 알지 못하겠지.
그렇지만 상관없어. 네 탓이 아니야.
브르통이나 까뮈나 뒤마를 읽기에는 너무도 바빴던,
삶에 쫓겨왔던 너의 탓이 결코 아니야.
그러니까 사실은 읽고 느끼고 그리고 또 투덜댈 정도로 시간이
남아돌았던 내 쪽이 나빠.
아무튼 괜찮아. 네가 그 사람들을 몰라도 괜찮아.
오히려 내가 미안해지는 걸.
알바트로스 꼬냑씨의 원주민이란 소설은 여동생 때문에
씩씩거리는 불쌍한 아랍인에게 총알을 박아넣은 어느 정신나간
남자에 대한 이야기야. 처음부터 끝까지 제멋대로였던 그 남자는
도대체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어. 엄마 장례식에서 슬퍼하지 않든
담배를 피우든 말든 나로서는 별로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그런 걸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나보지. 그런 사람들이 많으면
적절히 연기해주는 것도 배려야. 적절히 참는 것도 의무고.
보통은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할 때 미쳤다고
하고 나쁘다고 하는 것. 어차피 절대적인 것은 없어.
그러니까 정체성 운운 자아 운운해도, 그리고 그렇게 운운할수록
너는 유죄다 땅땅땅, 엄마소인지바다소인지 하는 작자여.
뫼르소 , 그래 그 엄마소인지 바다소인지 하는 남자의 이름은 뫼르소야.
아무튼 뫼르소라는 남자는 온통 제멋대로 해버리고도
꽤 많은 사람들의 동정을 받고 있는데 말이야, 너는 힘들게 버티고도
다른 사람들을 항상 배려하고 아끼는데도 왜 그리 혼자 견뎌야하는걸까.
알바트로스꼬냑씨는 자동차 사고로 죽었어. 어쩌면 시지프스가
만사가 귀찮아 놓아버린 바위가 굴러 떨어져 자동차 위로 떨어졌는지도
모르지. 아마 거기에는 '낙석주의' 따위의 표지판도 없었을거야.
인생이란 그런거야 원래. 잘가요 까뮈씨. 아, 젠장. 이름을 말해버렸네.
어쨌거나 잠-통근기차-직장-식당-통근기차 어쩌구저쩌구하는
일상 사이에서 배어나오는 건 부조리 따위가 아니야 . 그냥 따분함이지. 부조리란 통근기차에서 사먹는 오징어포가 유통기한이 지났을 때
쓸 수 있는 단어야.
사실은 따분함조차 느낄 새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
그들은 그저 살아가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에
따분함을 느낄 수 없어.
그러니까 부조리 운운하는 사람들은,
부조리란 말의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스스로 알고 있다 믿으면서도 실은 아무것도 몰라.
마치 내가 그런 것처럼.
정말 삶의 부조리를 느끼는 사람들은 부조리란 말을 배울 시간이 없어.
알아, 나도. 까뮈씨가 말하는 부조리는 그런 게 아니라는 걸.
그 누구도 모를 수가 없는 그런 거라는 걸.
부조리란 말을 갖고 장난친 것은 인정해.
그렇지만 우리의 사랑스런 알바트로스 꼬냑씨 갖고 장난친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걸.
여담이지만 꼬냑씨의 사촌으로는 나폴레옹, VSOP, OX 씨 등등이 있지.
괜찮아. 너는 뫼르소의 총에 맞을 리 없어. 내가 햇빛을 가릴테니.
괜찮아. 너는 시지프스가 놓친 돌에 깔릴 리 없어. 내가 시지프스를 계속 채찍질할테니.
괜찮아. 너는 알바트로스 꼬냑씨 따위는 몰라도 돼.
너는 페스트에 걸리지도 않을거고,
대공의 아이들 때문에 대공을 쏘지 못해서 망설일 필요도 없어.
나머지는 내가 할게. 너는 그냥 살아가.
가장 힘든 그 일만은 네게 맡길게.
나중에 대학원 글 쓰는 란에 올리려고했으나
이런 식으로 프랑스 작가들에 장난질을 쳐 놓으면 교수님들이 화내실게다
분명.
* Giverny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09-2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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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가장 싫어하는 류의 글인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는 데 별 도움 안 되는 지식들이 필요하고
쓸데없는 말장난이 잔뜩 끼어든 글.
쓰고 싶은 글은 갈수록 쓰기 어려워지고
전 같으면 절대 쓸리 없던 글을 써놓고는 혼자 키득댄다.
멀어져간다.
그리고 세상의 일부가 되어간다.
100시간만 푹 자면 좋겠다. 한 번도 깨어나지 않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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